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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 이어 정몽구회장도 5000억 출연…그룹총수들 사재 기부 확산
부자들의 도덕적 책무

‘리세스 오블리주’가 대세

복지, 정부가 못채우는 부분

기업가가 보완하는

새 기부 패러다임시대 도래

대한민국 ‘큰 부자’들이 변하고 있다. 협력사와의 소통, 약자에 대한 배려, 주변사회와의 공생에 눈을 뜨더니 이번엔 ‘개인 기부’의 행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범현대가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촉발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의 사례처럼 ‘개인 기부는 이제 시대적 당위’라는 공감대가 그 배경이다.

당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약속한 개인 기부를 삼성은 구체적으로 실행할 태세이며, 오는 31일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의 간담회 이후 다른 그룹 총수의 개인 기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큰 부자들이 ‘통 큰’ 기부에 나선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회사가 아닌 개인 호주머니에서 돈을 내놓는다는 것은 한국 기부문화의 혁신적인 패러다임 변화다. 비판받던 한국 재벌에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 새 문화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기부에 인색하지 않았다. 지난해 10대 그룹은 총 8300억원을 기부했다. 외국에 비해 적지 않은 돈이다. 그렇지만 이 돈은 대부분 회사 돈이었다. 총수들이 개인 돈을 내놓은 적은 거의 없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거액의 개인 돈을 척척 내놓는 외국 사례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왜 한국 재벌은 그렇지 않은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개인 돈을 내는 데 인색하다가도 꼭 법정에 서게 되면 위기돌파용으로 “사재를 헌납하겠다”고 밝혀온 반복적인 역사 앞에 국민들은 곱잖은 시선을 던져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총수들의 사재 기부라는 예고된 열풍은 이 같은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과 동시에 종지부를 찍고, 선진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견인하는 길이라는 평가다.

다만, ‘쫓기듯, 빼앗기듯’ 개인 재산을 내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반성장과 나눔이 아무리 시대적 과제이고, 복지가 새 시대의 화두라고 하더라도 개인 돈의 헌납은 강요가 아닌 자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큰 부자’들이 기부할 때 색안경을 끼지 말고 격려의 박수를 쳐주는 사회 문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지금 시대는 정부 혼자 복지를 다 챙길 수 없고, 정부가 못한 부분은 지방정부가 채우고, 지방정부가 하지 못한 부분은 기업이 틈새를 채우는 ‘맞춤형 복지’가 필요한 때”라며 “이럴 때 재벌 총수의 개인 돈 기부는 다중적 복지주체들의 분발에 큰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한 임원은 “오너의 개인 기부는 상생의 실천이자 기업 이미지 제고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제3, 4의 기부가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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