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한화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철수를 잇따라 선언하면서 엉뚱하게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왜 MRO 사업에서 왜 손을 뗀다는 발표를 하지 않느냐 하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탓이다.
문제는 현대차가 이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로 부터 납품 받는 부품은 물론 각종 소모성 자재와 사무용품 등의 구매를 전산구매시스템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마다 필요한 품목을 시스템에 등록한 뒤 전자입찰을 실시해 2500여개 중소기업으로 부터 그때그때 조달받고 있는 것. 결국 현대차그룹은 MRO 사업에 진출한 적이 없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한 임원은 “그룹 계열사를 통하지 않고 전산구매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구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구매자와 판매자 간 직접 접촉을 최소화해 물품 구매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그룹 내에 MRO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물론 일부 고객들까지 국내 대기업은 모두 MRO 사업을 전담하는 계열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면서 현대차그룹에 MRO 사업 철수 발표를 하지 않는 까닭을 묻고 있어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실무 담당자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역행한다는 사회 여론을 의식해 MRO 사업 철수를 앞다퉈 발표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MRO 사업 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데 대해 오해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억울하다고 해서 MRO 사업에 진출도 하지 않은 우리가 사업 철수를 발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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