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빛을 잃은 그녀…범인을 보았다
시각장애인 소재 스릴러 영화‘블라인드’…청각·후각으로 연쇄살인마 추격나서는 긴장감 묘미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시각장애인이다? 영화 ‘블라인드’는 앞뒤 안 맞는 설정으로부터 출발해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이음새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마지막에는 훈훈한 결말까지 곁들였다.

몇 년 전 수아(김하늘)는 경찰대에서 간부교육을 받던 예비 여경이었다. 부모 말 안 듣고 춤이나 추러 다니는 어린 남동생이 못마땅한 수아는 어느 날 클럽에서 동생을 잡아 차에 태우고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결국 동생은 사망하고 수아는 실명이 된다.

그리고 몇 년 후. 시각장애인이 된 수아는 어느 비 오는 귀갓길 장애인용 콜택시를 기다리다 못해 차에 타라는 어느 친절한 남성의 목소리에 택시인 줄 알고 탑승한다.

남자가 베푸는 지나친 호의에 수아는 무엇인가 미심쩍은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갑자기 쿵하는 충격음과 함께 차가 멈춘다. 남자는 동물을 치었다며 가던 길을 재촉하고 불쾌한 느낌의 수아는 이를 거부한다. 남자는 완력을 써 수아를 차에 다시 태우려고 하지만 수아는 경찰대 재학 시절 훈련받은 격투실력으로 이를 제압한다. 결국 남자는 도망간다. 


수아는 뺑소니 사건으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누구 하나 시각장애인의 증언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 그러던 중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조희봉(조희봉)은 수아의 조리 있는 진술과 용의자 인상착의 묘사에 놀라고, 그녀와 힘을 합쳐 범인 추적에 나선다, 그러나 뺑소니 사고의 또 다른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청년 기섭(유승호)이 나타나자 사건 진술은 엇갈린다. 수아는 모범택시를 탔다고 주장하지만 청년은 외제차였다고 주장한다. 두 목격자 간의 어긋났던 기억이 점차 맞아 들어가기 시작하고 수아와 기섭, 형사가 수사망을 좁혀가자 범인은 이들에게 마수를 뻗는다.

시각장애인이 뺑소니 살인사건의 유일한 증인이라는 설정은 스릴러 영화로서 남다른 재미를 준다. 수아는 시력을 잃었지만 대신 청각과 후각이 일반인보다 훨씬 예민하고, 이것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된다. 수아가 경찰대 출신으로 보통 이상의 담력과 관찰력을 가졌다는 것도 각 에피소드를 펼쳐나가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된다. 예를 들자면 수아는 문제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의자 시트가 진짜 가죽인데 택시가 아닌 것 같다”고 의심하는 장면(남자는 “모범택시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이나 “약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방금 병원에서 근무하는 남자가 탔다 내린 것 같다”고 말하는 대목 등은 이후 이야기 전개의 훌륭한 복선 구실을 한다. 수아는 범인에 대해서도 목소리나 신체접촉을 이용해 키, 나이, 체격, 버릇을 정확히 짚어낸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트릭이다. 기섭은 수아의 스마트폰을 보고 “앞 못 보는 사람에게 영상통화 전화를 판 사람 참 대단하다”며 비아냥대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스마트폰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자주 클로즈업되는 수아의 스마트폰은 애플 사의 아이폰인데, 국산 브랜드의 제품과는 달리 ‘보이스 오버’(음성 안내) 등 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기기로 이미 정평이 났다. 세계 최고를 두고 경쟁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정작 장애인 편의장치에는 인색해 이번 영화에는 아예 등장할 자격조차 되지 않은 국산 브랜드의 제품들을 생각하면 씁쓸한 일이다.

조연이지만 감칠맛 나는 연기로 극을 이끌며 실명 그대로 출연한 조희봉과 연쇄살인마 역할을 맡은 대학로 연극배우 출신 양영조의 연기는 주연배우 이상이다. 수아의 안내견으로 등장하는 개 ‘달이’의 따뜻하고 때로 애처로운 눈빛 연기도 극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단단히 한몫한다. 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마음이’ 1, 2에도 출연했던 ‘동물배우’다. 1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