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인도 출신 대표인 데번 샤르마(54)가 지난 5일 저녁 기습적으로 단행한 미 신용등급 강등 파장이 전세계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샤르마 대표는 미 신용등급 강등 발표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강등이 가져올 시장의 충격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한 채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재무부가 S&P의 재정적자 예산치의 계산착오 문제를 거론하며 신용등급 강등 근거가 빈약하다고 반박했을 때 “우리가 발견한 리스크가 이런 것이라고 시장에 말해주는 게 S&P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샤르마는 글로벌 신용경색이 본격화 된 2007년 8월 캐슬릿 코벳 후임으로 S&P의 대표가 됐다. 인도의 유명 공과대학인 BIT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전략 컨설턴트 출신으로 치밀한 공격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재작년 5월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피치의 대표들과 함께 의회 청문회에 섰을때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전임자들에 돌리며 의원들의 공세를 빠져나갔다.
이같은 그의 전략가적 특성 때문에 이번 미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서도 다른 노림수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말해 S&P가 신평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충격요법을 쓴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샤르마 역시 이런 지적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이번 강등이 S&P 명성을 한결 높여줄 것으로 본다”며 “투자자와 시장 전체가 우리가 미국에서 발견한 리스크를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디스와 피치는 S&P와는 달리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지 않을 전망이다. 무디스는 지난달 13일 미국을 신용등급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부채 한도 조정 협상이 타결되자 곧 “미국의 AAA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평사에게는 ‘뱀파이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글로벌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신평사를 두고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수석 펀드매니저 짐 로저스는 “신용평가회사들은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도움은 되지 않고 흡혈귀처럼 달라붙어 지내는 존재”라고 비난한 바 있다. S&P의 이번 강등이 진정한 리스크 경고용 뚝심인지, 또 한번의 ‘한밤중 뱀파이어’였는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