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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밴드’|보고 있나, 씨엔블루?
- ‘톱밴드’, 오디션 홍수 속에서 빛나는 이유

서바이벌형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급증하면서 피로도도 가중되고 있다. 지나친 경쟁, 승자 독식 구조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도 늘고 있다. 불과 1~2분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 일주일 내내 훈련과 준비에 시간을 보내는 게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밴드 오디션 서바이벌 KBS ‘톱밴드’는 서바이벌형 오디션 구조를 취하면서도 피로가 쌓이지 않는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KBS ‘톱밴드’에는 재야의 고수들이 의외로 많이 나온다. 유명기획사에 소속돼있으면 신인이라도 금세 방송 출연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재야의 밴드 뮤지션들은 실력이 있어도 웬만해서는 방송에서 불러주지 않는다. 좋은 음악이 있어도 이를 알려줄 기회가 없었던 자들이다.

인디밴드는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십센치, 브로컬리너마저 등 음반 판매가 1만장을 돌파해야 방송에서도 출연 제의가 온다. 다른 인디밴드는 EBS를 제외하면 지상파에서는 정말 가뭄에 콩나듯 볼 수 있을 정도로 구색갖추기용일 뿐이다.

하지만 ‘톱밴드’에는 게이트 플라워즈와 액시즈, 브로큰 발렌타인, TOXIC, POE, SI, 2STAY 아이씨 사이다, 리카밴드, 하비누아주, 라이밴드, WMA ,제이파워, BBA, 번아웃하우스 등 실력과 개성을 갖춘 밴드들이 적지 않다.

야수의 울부짖는 듯한 보컬로 복고적인 정통 로컨롤을 구사하는 게이트 플라워즈와 아시아밴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브로큰 발렌타인은 이미 프로페셔널이다.

실력과 비주얼을 겸비하며 하드록을 구사하는 엑시즈를 누가 고교밴드라고 하겠는가? 허스키한 여성 보컬이 돋보이는 라이밴드, 폭풍성량의 펑크록 리카밴드, 여성보컬의 애절한 목소리와 어쿠스틱한 록밴드가 결합한 하비누아주, 몽환적인 느낌을 주며 시선을 빨아들이는 3인조 혼성밴드 POE도 그냥 넘길 수 없는 팀이다.

요즘은 4팀씩 6개조에 배치된 24개팀이 조별경연을 벌여 팀마다 2팀씩 탈락시키고 있다. 번아웃하우스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보유한 실력파 4인조 밴드지만 떨어졌다. 끈끈한 가족애로 뭉쳐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를 소화한 블루오션과 16인조의 풍성한 재즈백밴드 BBA도 탈락했다.

하지만 기획사에 소속돼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보이밴드인 씨엔블루나 실력과 경력을 갖춘 YB도 ‘톱밴드’ 본선에서는 탈락할 수 있다. 기자가 한 말이 아니라 이미 방송 현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다. 실제로 씨엔블루나 YB가 참가해 이들과 기량을 한번 겨뤄봤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톱밴드’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이 별 의미가 없다. 아마추어 밴드만이 참가할 수 있는 무대지만 프로페셔널한 팀들이 참가한 것은 프로그램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 아니다.

아마와 프로의 구분보다는 숨은 실력파 밴드를 발굴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그런데 프로페셔널이라고 인식된 일부 팀은 음반을 내고 대회에서 입상을 해도 홍보가 제대로 안돼 알려지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이들은 더 발굴되어져야 하고 더 알려져야 한다.



이들이 실력이 떨어져 대중들로부터 외면받았다면 어쩔 수 수 없는 일이지만 마케팅과 노출이 부족해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면 억울한 일이다.

‘톱밴드’는 진출과 탈락이라는 승부 구조가 낳은 삭막함도 없다. 경쟁 논리보다도 밴드 본연의 즐거움이 강조되고 있다. 탈락밴드들은 패자가 아니었다. 지난 23일 노브레인조의 경연에서 탈락한 가족 밴드 ‘블루오션’의 리더가 오히려 코치인 노브레인의 이성우를 포옹하며 “괜찮아”라고 말하는 흐뭇한 광경도 목격됐다.

서바이벌형 프로그램중에는 아예 인간의 이기심과 질투, 갈등을 유발시켜 이를 어떻게 컨트롤하는 가는 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런 속에서도 경쟁은 하지만 자유분망함과 어우러짐을 가르치는 ‘톱밴드’는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중에서도 분명한 차별화 요인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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