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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희 선임기자의 컬처 프리즘> 여풍은 넘쳐도…드라마에 진정한 女權은 없다?
‘반짝반짝…’ ‘미스리플리’…

CEO·공무원 등 맹활약

전문성 보단 모성 부각

무능한 남성덕에 돋보일뿐

“모성-페미니즘 공존 불가능”

무의식속 고정관념 주입

남자배우들이 갈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상파 TV 드라마에 ‘여풍(女風)’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CEO 등 지난해부터 시작된 ‘여풍(女風)’은 최근 공무원, 전문직, 스파이 등 다양한 직군으로 확장됐지만 ‘여권(女權)’은 왜곡되거나 전근대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물가에 아낙네들이 모여 있는 모양새인 주방 신은 여전히 드라마의 주요 장면이며, 전문직부터 청와대 경호실 직원까지, 직장에서 커피를 타는 장면은 주인공의 일과 중 하나다. 사회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딸’은 화려하게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페미니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간 시청률 2위인 MBC 주말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만 해도 그렇다. 병원의 실수로 부모가 바뀌면서 출판 재벌, 고시촌 식당을 운영하는 가난한 집에서 각각 엇갈리는 길을 가게 된 한정원(김현주 분), 황금란(이유리 분)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초반만 해도 가업의 후계자로 아들 아닌 딸,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을 택한 아버지의 진보적인 가치관을 보여주며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연적이 된 주인공들과, 다른 인생을 살아온 ‘어머니’들까지 가세해 ‘모성의 대결장’으로 바뀌었고, 극초반 눈길을 끌었던 부분들은 방향을 잃어버렸다.

파주출판단지가 배경인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한정원과 황금란은 출판기업 후계자로서 라이벌이지만 전문인으로서 능력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황금란은 노력 대신 음해로 한정원을 몰아내고, 지하창고로 밀려난 한정원은 인터넷 상거래ㆍ중고 판매 등의 기획을 맡는다. 10년 전인지, 5년 전인지 드라마의 시제를 종잡을 수 없는 한정원의 아이디어와 능력은 같은 집에서 자란 오빠의 완벽한 무능함 덕에 ‘반짝반짝’ 빛날 뿐이다. 유독 이 드라마에는 오빠뿐 아니라 비중이 없는 ‘찌질이’ 남자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극 전개를 이끌어가는 두 딸에 대한 상대평가용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하경제의 큰손인 승준의 어머니(김지영 분)는 등장인물 중 가장 유능하지만 (황금란에 대한) 집착과 (한정원에 대한) 혐오증, 필요하다면 수하를 시켜 아들에게 폭력까지 사주하는 ‘지독한 모성’과 배우자의 선택을 강요하는 ‘전근대성’을 보여준다.

‘성공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는 의외로 재벌 드라마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요즘 지상파 TV 드라마에 ‘여풍(女風)’이 이어지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선 초반 딸들이 후계자로 지목되며 한층 진전된 여권을 보여주며 관심을 받았다.

‘마이더스’의 김희애는 후처의 딸이 대기업의 후계자로 등장해 주목받았지만 여성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겉모습만 아름다운 ‘냉정한 CEO’로 등장했다. 김선아표 휴먼 코미디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여인의 향기’는 여성이 나이들면서 루저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어코디언처럼 모두 보여주는데, 사직서를 던지고 1등석 비행기를 타고 오키나와로 떠났다가 꿈에 그리던 왕자님을 만나는 ‘신데렐라‘는 심지어 ‘시한부 환자’다.

결혼한 여성의 경우에는 모성을 부인하거나 자식을 잃는 모양새로 나타나곤 했다. ‘로열패밀리’에서 K (염정아 분)는 CEO 취임을 앞두고 과거 버린 아들이 찾아와 죽음을 택한다. 성공을 위해 인생을 위조한 모녀를 그린 ‘미스 리플리’, 자식을 버리고 재가한 어머니가 아예 딸의 존재를 부인하는 ‘우리집 여자들’은 무의식 중 모성과 페미니즘이 공존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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