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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화는 ‘지구전’ 외화는 ‘속도전’?
‘써니’가 700만명을 돌파하는 데는 78일이 걸렸지만, ‘트랜스포머3’가 같은 고지에 이르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20일 뿐이었다. 흥행속도가 무려 4배 가까운 차이다. ‘써니’의 흥행속도가 완행열차였다면, ‘트랜스포머3’는 초음속제트기였던 셈이다.

이처럼 최근 극장가에서 한국영화와 외화 간 흥행추이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영화는 ‘지구전’, 할리우드영화는 ‘속도전’ 양상이다. 한국영화 ‘써니’는 지난 5월 4일 개봉해 78일 만인 이달 20일에야 70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트랜스포머3’는 ‘써니’보다 무려 두 달 가까이 늦은 지난 6월 29일 개봉했지만 700만명 고지는 ‘써니’보다 이틀이나 앞서 밟았다.

그동안 올해 최고 흥행작 타이틀도 ‘써니’에서 ‘트랜스포머3’로 넘어갔다. ‘트랜스포머3’가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흥행속도에서 두 영화가 보여준 차이는 압도적이다. 

한국영화와 외화의 흥행속도 차이는 사실상 흥행을 가름하는 개봉 첫주 관객 수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 올해 흥행순위를 살펴보면 10위 안에는 한국영화와 외화가 각각 5편씩 들었다. 이 중 ‘써니’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위험한 상견례’ ‘라스트 갓파더’ ‘글러브’ 등 한국영화 5편이 개봉 첫주 동원한 관객 수는 편당 평균 79만명이었다.

반면 ‘트랜스포머3’를 필두로 ‘쿵푸팬더2’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조류’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등 외화 5편의 개봉 첫주 동원 관객 수는 평균 179만명이었다. 최종 흥행성적이 비슷하더라도 개봉 첫주 관객 수에서만큼은 외화가 한국영화보다 배 이상 많다는 얘기다.

이 같은 차이의 결정적인 원인은 개봉 첫주 관객 수를 좌우하는 ‘인지도’ 때문이다. 올해 흥행 톱10의 외화 5편은 예외없이 시리즈영화의 속편이었다. 작품을 알리기 위해 영화사가 막대한 홍보, 광고전을 펼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영화의 제목은 물론, 주인공, 내용, 개봉일 등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한국영화는 영화의 제목부터 장르, 내용, 주연배우까지 ‘맨땅’부터 시작하고 결국 ‘입소문’에 의한 장기 상영에 의지해야 한다.

한 영화관계자는 “외화, 특히 속편은 한국영화와의 흥행경쟁에서 바둑으로 치면 몇 점 깔고 시작하는 셈”이라며 “개봉 첫주 흥행성적에 따라 관객 수가 많지 않은 영화는 상영관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재의 극장가 분위기에서 한국영화는 가뜩이나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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