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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디션 프로, 이젠 경쟁보단 감동이다?
서바이벌형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급증하면서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지나친 경쟁, 승자 독식 구조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도 늘고 있다. 불과 1~2분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 일주일 내내 훈련과 준비에 시간을 보내는 게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서바이벌형 오디션 구조를 취하면서도 피로가 쌓이지 않는 프로그램도 있다. KBS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과 ‘톱밴드’다.
지난해 박칼린을 스타로 탄생시킨 ‘하모니’편에 이은 ‘청춘합창단’편에는 삭막한 경쟁심리와 살아남기 논리는 거의 없다. 52세 이상의 나이 든 사람들이 인생을 다시 활기차고 보람 있게 사는 걸 시청자들은 흐뭇하게 지켜본다. 이경규 등 ‘남자의 자격’ 멤버들도 별로 할 일이 없어진 상태다. 이들에게 공감하고 기립박수를 치며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일이 대부분이다.
생업에 밀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지 못했던 어르신과 오랜 세월 남편이 노래를 못 부르게 했지만 음악의 열망을 지니고 살았던 할머니, 자식을 먼저 저승으로 보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화음을 맞춘 노부부, 서울대 성악과를 나와 서울시립합창단 소속이었으나 건강 등의 사연으로 지방에서 양봉업을 하던 ‘꿀포츠’ 김성록 씨 등. 참가자들의 진솔한 삶이 음악을 통해 고스란히 묻어나 진한 여운을 남기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음식으로 따지면 화학조미료를 첨가한 인스턴트식품이 아닌 무기농 정도의 느낌이 든다.
밴드 오디션 서바이벌 KBS ‘톱밴드’도 경쟁보다는 밴드는 즐거운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주목받고 있다. 댄스음악과 발라드에 치중된 음악 편식증을 바로잡아 음악적 다양성을 실현시켜 주고 밴드음악의 대중화에도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코치 선정 과정에서 좋은 팀이라도 자신이 개발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미련 없이 다른 코치에게 넘기는 훈훈함도 보여줬다. 지난 23일 조별 경연에서는 합격 밴드보다 탈락 밴드에 더 많은 초점을 맞췄다. 노브레인조의 경연에서 탈락한 가족 밴드 ‘블루오션’의 리더가 오히려 코치인 노브레인의 이성우를 포옹하며 “괜찮아”라고 말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호소력 깊은 목소리를 자랑하던 ‘번아웃하우스’도 탈락했지만 패자는 아니었다.
‘톱밴드’는 참가자들이 누구보다 자유분방하지만 서로 어우러져야 힘을 발휘한다는 원리를 보여준다. 밴드음악이 하모니와 앙상블을 중시하는 이유다. 이 점은 청춘합창단과 상통한다. 무엇보다 ‘톱밴드’는 승자 독식의 서바이벌 구조가 아니라 밴드음악 본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서도 차별화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병기 기자/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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