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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기 좋은 우리 구>민관 협력…복지사각지대 해소
<15> 성북구
기아·자살·고독 3無 목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구성

공공시스템 한계극복 성과



장일순(71ㆍ가명) 할머니는 서울 장위2동에 방 두 칸짜리 전세방에서 몇 년째 홀로 살고 있다. 장 할머니 집은 몇 년간 한마디로 쓰레기 소굴이었다. 방 안 가득 헌 옷과 재활용품 등을 쌓아놓은 터라 두 다리 펴고 누울 공간조차 마땅치 않았다. 플라스틱 그릇 안에는 음식물 뼈다귀가 그대로 담겨 있어 악취가 진동했다. 수도 누수로 인해 보일러 가동이 중단돼 지난겨울은 차디찬 냉골에서 겨우 버텨냈다. 마당의 수도 배관을 이용해 세수만 가능한 상황이어서 제대로 씻지 못한 할머니에게선 악취가 진동했다.

할머니의 이런 사연이 알려지게 된 것은 장위사회종합복지관 복지사의 가정 방문이 계기가 됐다. 복지사가 긴급히 청소 처리 협조 요청을 보냈고, 통장과 성북구청 관계자들이 급히 장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다. 실질적인 도움은 성북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실무분과 회의에 상정되면서 이뤄졌다. 할머니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모였고 결국 장위2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주축이 돼 20여명의 주민과 자원봉사자, 구청 관계자들이 장 할머니 집을 대청소했다.

장 할머니의 사례는 성북구가 지난 5월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한 이후 독거노인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한 첫 사례다. 성북구는 ▷굶는 사람 없는 성북 ▷자살 없는 성북 ▷고독 없는 성북 등 이른바 ‘3무(無) 성북’을 목표로 지난해 10월부터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상, 지난 5월 발대식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성북구 관내 20개 동별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구성돼 있으며 주민, 복지전문가, 보건의료 및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467명(동별 20~30명)이 협의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성북구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공공복지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장 큰 특징은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복지가 아닌 민ㆍ관이 협력해서 지역사회 복지를 위해 애쓴다는 점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성북구는 복지 서비스 대상자의 증감률이 20%로, 서울에서 세 번째로 높다. 복지욕구를 가진 주민이 많고, 다양한 영역의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북구는 지난해 1년간 국민기초수급 등 복지제도 신청자 중 68%만이 대상자로 선정됐다. 사례관리 262가구 중 57%가 단순 정보만 제공받고 있어 가구 여건에 따른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복지 대상자 발굴 ▷인적ㆍ물적 민간 복지자원 발굴 및 육성 ▷복지 수요와 공급 간의 신속한 연계 등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 할머니 사례 외에도 당뇨 후유증으로 시력이 저하돼 치료가 시급했던 저소득 주민에게 협의체 위원으로 봉사하던 안과 의사가 수술 및 평생 치료를 지원한 일도 있다. 또한 파킨슨병에 걸린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며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한 청소년을 위해 지역 내 청소년자활지원관에서 교육을 받도록 도와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게 돕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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