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지분할 30만~40만원 분양
법인명의로 임야 통째 구입
공유지분 매매형태로 거래
두차례 유치도전 가치반영
개발 가능성 반드시 확인을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에 위치한 경춘선 복선전철 김유정역. 역사(驛舍) 뒤편의 가파른 야산은 철로가 가로지르는 데다, 사람다니는 길조차 없는 땅이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바둑판처럼 필지를 분할해 3.3㎡당 30만∼40만원을 받고 팔았다. 실제로는 3.3㎡당 5만원도 안하는 땅이라는 게 일선 중개업소 전언. 인근 경춘부동산 관계자는 “이름도 없고 접변도로도 전무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땅을 가분할한 뒤 팔아치웠다”며 “이 곳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직접 둘러보고 가슴을 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19일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 각지의 기획부동산들이 강원도로 몰려들고 있다. 작년말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에 이어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 기획부동산들은 주로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이를 여러조각으로 쪼개, 개발이 가능한 것처럼 속여 많게는 수십배의 웃돈을 붙여 되파는 수법을 사용한다.
평창군 K공인 관계자는 “최근에 서울 기획부동산에서 봉평면 일대 땅을 분양한다며 사람들을 몰고왔다고 들었다”며 “두 번의 올림픽 유치실패로 손실을 본 업자들이 이를 만회하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귀뜸했다.
춘천시 도시과 관계자는 “2006년 3월을 기점으로 토지분할(허가제 변경)이 어렵게 되자, 법인이 임야를 통째로 사들여 법원 소송을 통해 공유지분을 쪼개 개별등기후 이전 해주는 방식으로 몇배의 웃돈을 붙여 되팔아 치운다”고 설명했다.
최근 평창ㆍ원주ㆍ횡성 일대에는 기획부동산이 땅을 싹쓸이 해 거래가 가능한 땅은 씨가 마른 상황이다.
원주 P공인 관계자는 “5~6년전부터 꾸준히 땅을 매입한 기획부동산들이 땅을 쪼개 텔레마케팅을 통해 재매각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최근 투자권유 전화를 받고 신빙성을 확인하려는 외지인들의 문의전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펜시아 골프장 주변인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일대 한 임야도 업자들이 660∼1000㎡씩 쪼개 암암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강원도 내 동계올림픽 개최 수혜지의 경우, 이미 두 차례의 유치 도전으로 미래 가치가 땅값에 반영된 상태여서 지나치게 싼 땅은 사기 분양일 공산이 높다고 말한다. 나성인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이미 두 차례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 당시 토지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투자자들이 선점했기 때문에 추격매수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소나무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기획부동산의 주 타깃은 3000만∼7000만원 규모 소액으로 접근하려는 투자초보자”라며 “계약에 앞서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관공서 등을 통해 지목 및 개발계획, 개발행위허가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부, 법원 화의 등 판결때도 분할허가 의무화
기획부동산의 편법 사기 분양에 따른 패해가 속출하자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토해양부는 법원으로부터 화해ㆍ조정조서 등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라도 지자체로부터 토지분할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토지 분할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내용의 ‘측량ㆍ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시행규칙’을 개정안을 마련, 오는 9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 경우 개발이 가능한 토지만 지분을 나눌 수 있어 무분별한 토지 분할과 사기분양이 줄어들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국토부는 또 법원에서 공유물분할 심리가 이뤄지기 전에 해당시ㆍ군ㆍ구에 관련법 저촉여부 등의 사실을 조회하도록 협조를 구하기 로 했다.
김민현 기자/kie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