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 및 교통사고 증가로 응급의료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이송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없고 야간이나 공휴일 비상진료체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등 응급의료체계가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감사원이 발표한 응급의료체계 운영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응급환자의 의학적 상태에 따라 중환자용 또는 일반용 구급차를 출동시켜야 하지만 ‘의학적 긴급도’의 판단기준이 없고 환자 상태에 적합한 구급차를 출동시키는 ‘다중 출동체계’ 역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표본조사 결과, 구급차를 이용한 중환자 435명 중 88명(20.2%)은 다중출동체계가 구축됐을 경우 상태가 호전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환자 중증도 분류체계’와 ‘이송병원 선정기준’도 없어 적합한 병원에서 진료받지 못한 응급환자들도 상당수였다. 감사원은 환자의 중증도별 이송병원 선정기준이 없어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병원에 이송된 응급환자의 82%가 의학적 판단에 근거하지 않은 채 환자나 보호자가 요구하는 의료기관으로 이송됐으며 이로 인해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환자의 63%는 수송 중 응급구조사가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도 이를 강제할 법령이 없을 뿐 아니라, 지도의사 관리지침이나 지도의사와 응급구조사 간 중계시스템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응급수송 대상환자가 아닌 곳에 119구급차가 출동하는 비율이 29%에 이르고 있고, 만성질환자 이송에 활용해야 할 보건소 구급차의 환자 이송은 월평균 0.05건에 불과해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감사원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470개 응급의료기관 중 중증질환자의 진료를 위해 지정된 특성화병원 7곳을 점검한 결과, 7개 병원 모두 당직 전문의가 근무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 미달 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행정처분도 부실하게 이뤄져 작년 말 현재 시정요구를 불이행한 155개 기관 중 15곳에만 과태료가 부과됐고 140곳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응급의료체계의 전반적 부실이 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의 협조 미흡 때문이라고 보고, 환자 긴급도 분류 및 구급차 다중출동시스템, 환자 중증도 분류 및 병원선정 기준, 응급구조사 업무지침의 실효성 확보방안, 응급의료기관 제재기준 등을 마련토록 두 부처에 요구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