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무산땐 식물대통령 전락 우려”
여야 대립보다 더 치열하게 충돌
당내 쇄신·화합 다짐 열흘도 안돼 물거품
‘새롭게 거듭나겠다’던 한나라당이 전당대회가 끝난 지 열흘 만에 이명박 대통령의 법무부 장관 기용 문제를 놓고 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15일 열린 의원총회는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적격성을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오히려 야당보다 더 ‘가시 돋친’ 발언을 쏟아내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웠고, 반대편에서는 친이계(친이명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식 찬성 입장을 밝히고 맞서면서 ‘두나라당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의총 논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며 권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의견을 당론으로 해야 한다는 일부 소장파 의원의 주장에 반대를 분명히 했다.
당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정태근 의원은 15일 통화에서 “당이 의원총회를 하는데 (청와대에서) 사전에 내정을 통보한 것은 당의 의견을 들으면 자신이 없으니까 밀어붙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면서 “ (권 수석의 임명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권 수석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소장파 의원들의 의견일 뿐’이라는 지적에 대해 “현재 지도부 및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며 “기본적으로 청와대에서 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법무장관 임명 무산과 관련해 문 전 실장에 비해 권 수석이 검찰 구조에 대한 전문가라는 주장에 대해 “그것은 황당무계한 논리”라며 “한나라당이 예전에는 다른 이유로 반대하다가 인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장파들의 반대에 대한 반론도 이어졌다.
김정권 사무총장도 “쇄신파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검찰 내부에서 신망받고 있고, 집무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 중진인 이한구 의원도 “수석비서관 출신이 법무부 장관을 한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무부 장관의 역할을 감사원장과 혼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견은 소장파 의원 사이에서도 나왔다. 차명진 의원은 “특정직에 있었다고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이해할 수 없다”며 사실상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장관 지명 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대통령에게 (장관) 임명권한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국회에도 고유권한이 있다”며 “권 수석의 임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은재 의원은 “권 수석은 도덕적으로 인품이 훌륭한 분으로 알고 있다”며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정갑윤 의원도 “가뜩이나 대통령의 레임덕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임명이 무산된다면 국가적인 불행이자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드는 꼴”이라며 권 수석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소속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답변을 회피했고, 신지호ㆍ이정현ㆍ이두아 의원은 유보 입장을 밝혔다.
서경원ㆍ양대근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