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대표의 첫 인사는 ‘새로운 한나라’의 중용으로 요약됐다. 친이와 친박을 넘어 당의 쇄신을 부르짓고 있는 ‘새로운 한나라’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친이계와 친박계를 동시 견재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 전법을 구사한 것이다.
14일 임명장을 받은 23명의 한나라당 새 당직 인선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소장 쇄신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이 9명 포함됐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3명과, 당직 인사를 거부한 심재철 의원 등 4명을 제외한 19명의 새 얼굴 중 47%가 새로운 한나라 소속인 셈이다.
23개 당직 중 비교적 핵심으로 꼽히는 자리에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이 전진 배치된 것도 눈에 띈다. 인선 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김정권 사무총장을 비롯해, 통일위원장이 된 구상찬 의원, 홍 대표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당무를 관장하는 이범래 대표비서실장, 당의 새 얼굴인 김기현 대변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친이계와 친박계는 이번 당직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지 않았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 의원과 김 대변인 등 9명의 친이계 성향 의원들이 당직 인사에 포함됐으며, 친박계로 분류되는 성향의 의원들도 비슷한 숫자로 당직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 친이, 친박계 분류 의원들 중 상당수는 새로운 한나라에도 참여하고 있어, 이번 당직 인사에서 ‘계파 핵심 멤버’는 거의 중용되지 않았다는게 당 내 분석이다.
이 같은 홍 대표의 새로운 한나라 중용은 친이와 친박이라는 기존 계파를 넘어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새력이 필요한 홍 대표와 당 내 입지 강화가 절실한 새로운 한나라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또 남경필, 나경원 등 최고위원 자리에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이 대거 입성한 것도 홍 대표의 선택과 무관치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의 동거는 시작부터 불안해 보인다. 이날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은 청와대 회동에서 법무부 장관 인선 문제에 소극 대응한 홍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높혔다. 한 소장파 의원은 “홍 대표가 소탈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당청 관계를 잘 해 줄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며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하라고 대표로 뽑은게 아니다”고 홍 대표를 비판했다.
새로운 한나라 모임의 한 관계자는 “일단 모임의 법무부 장관 인선 관련 의견을 명확하게 대표에게 전달한 만큼,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홍 대표가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새로운 한나라가 더 이상 조력자가 아닌, 그를 공격하는데 앞장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