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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혀 새로운 전쟁영화 VS 인정사정 없는 추격전
▶고지전

휴전 앞둔 6·25 애록고지전 배경

새 유형의 전쟁 스펙터클 제시 호평

무거운 주제에 긴 상영시간은 부담

▶퀵

폭탄 배달에 얽힌 죽음·음모…

특수촬영·영상효과·오락성 압권

액션-드라마 분리…배우 다소 빈약


“ ‘고지전’은 남북 분단 영화 계보 중 가장 진화한 작품, 한국전쟁뿐 아니라 세계 전쟁영화사에서도 빛나는 성취 vs ‘퀵’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거두절미하고 달리는 오락영화, 카레이싱 장면은 역대 최고.”

국내 극장가가 라이벌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주인공은 ‘퀵’(감독 조범구)과 ‘고지전’(감독 장훈)이다. 두 영화는 2000년대 들어 한국 영화산업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CJ E&M과 쇼박스의 올여름 야심작이기도 하다. 2편 모두 총 제작비가 100억원으로, 공교롭게 같은 날(21일) 개봉한다. 일단 두 영화는 우열을 따지기 전에 한국 영화의 첫 시도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낸 것으로 만장일치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다. ‘고지전’은 총탄이 빗발치고 포탄이 떨어지는 전투의 ‘현장성’과 비극적 참상을 한국 영화사상 가장 리얼하게 재현해낸 작품이라는 데 이의 없는 호평을 받았다. ‘퀵’은 약 두 시간 내내 도심을 가로지르는 차ㆍ오토바이 추격전과 대형 사고ㆍ폭발 장면을 특수촬영과 영상효과를 통해 성공적으로 보여줬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오락성과 작품성에 대한 평은 영화전문가 사이에서 미묘하게 엇갈렸다. 지난 8일과 10일 열린 첫 시사회를 통해 두 편을 모두 본 영화전문가 3인(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인 전찬일 씨와 영화전문지 씨네21 취재팀장 주성철 기자,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에게 물은 결과, 흥행 예상에서 2명이 “ ‘퀵’이 근소하게 앞선다”고 답했고, 1명이 “ ‘고지전’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ㆍ연기ㆍ비주얼ㆍ스토리 등을 종합한 별점은 3인 평균 ‘고지전’이 4개, ‘퀵’이 3개(5개 만점)였다. 

한국 영화사상 전투 장면을 가장 리얼하게 빚어냈다는 ‘고지전’과 도심 추격전 등 두 시간 내내 박진감 넘치는 ‘퀵’이 제대로 맞붙었다. 오는 20일 동시 개봉하는 두 영화가 여름극장가를 후끈 달굴 전망이다.

▶‘고지전’… 강렬한 드라마와 주제 의식은 최고, 무거운 분위기와 긴 상영 시간은 부담

‘고지전’은 “관객이 전장에 있는 듯한 현장성”을 내세운 제작진의 말대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전쟁영화 중에서 보기 드물게 경사가 가파른 고지에서의 처절한 사투를 사실적으로 스크린에 구현했다. 2년 가까운 지루한 휴전 논의가 막바지로 달려가던 1953년 2월부터 휴전일인 7월 27일까지의 동부전선 ‘애록고지’가 배경이다. 전쟁 내내 수십번씩 주인을 바꿔가며 대규모 사상자를 낸 애록고지에서 남북 부대 간 ‘내통’의 증거와 연대장의 의문사가 있었다는 정보에 따라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 분)가 현장으로 파견된다. 강은표는 이곳에서 헤어졌던 동료 수혁(고수 분)을 마주친다. 오래전 총탄이 오가는 전장에서 벌벌 떨며 어쩔 줄 몰라 했던 유약한 병사는 온데간데없고 수혁은 동료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전쟁기계가 돼 있었다. 가장 어린 나이로 부대장이 된 대위 신일영(이제훈 분), 가끔 정신줄을 놓고 헛소리를 하는 대원(정인기 분),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했던 상사(고창석 분), 인민군복을 입으며 능청을 떨고 우스개를 일삼지만 무엇인가 감추고 있는 병사(류승수 분). 강은표는 결국 이 부대 뒤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

주성철 기자는 “내용이나 표현 양식에 있어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진화한 분단영화”라며 극찬을 하면서도 “상영시간(133분)이 다소 긴 것은 흥행의 걸림 요소”라고 말했다. 전찬일 씨도 “다양한 개인의 휴머니티를 그려내면서도 새로운 유형의 전쟁 스펙터클을 만들어낸 걸작”이라고 평했으나 다만 “무거운 주제로 맘 편히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어서 오락적인 가치는 다소 떨어질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정지욱 씨는 “무거운 화두가 다소 부담될 수 있으나 이런 영화가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한국 관객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퀵’… 액션과 코미디는 일품, 드라마는 빈약

‘퀵’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달리고 부순다. 8ㆍ15 광복절 도심을 내달리는 폭주족들이 등장하며 경차부터 고급 세단, 대형 트레일러 등이 몇 중으로 추돌하고 전복ㆍ폭파되는 첫 신부터 통렬한 충격음과 속도감으로 관객들의 아드레날린 수치를 높여간다. 고교 때 폭주족으로 악명을 떨친 기수(이민기 분)는 몇 년 후 고급 오토바이를 타고 택배 일을 한다. 학창 시절 기수를 쫓아다녔던 여학생 춘심(강예원 분)은 아이돌 가수 ‘아롬’이 돼 택배 의뢰자로 나타나고, 기수의 오토바이 뒤에 앉아 기수의 헬멧을 얻어쓴다. 춘심을 짝사랑하던 치킨집 배달직원 명식(김인권 분)은 교통경찰이 돼 과속하는 이들을 뒤쫓는다. 아롬을 태운 기수가 누군가로부터 “폭탄을 배달하지 않으면 헬멧이 폭발한다”는 경고를 받으면서 영화의 엔진이 본격적인 배기음을 내기 시작한다. 이들의 뒤엔 폭탄을 제조하는 기업의 국제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내용. 액션 장면과 함께 인상적인 것은 유머다. 죽음과 협박을 앞두고도 생뚱맞은 얼굴로 엉뚱한 농담을 던지는 코미디가 시종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전찬일 씨는 “스피드 시대에 적합한 설정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가 장점이며, 카레이싱 액션 장면은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액션이 드라마랑 따로 놀고, 주연 배우와 제작사의 전작인 ‘해운대’에 비해 극적 짜임새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평했다.

주성철 씨는 “곧바로 사건으로 들어가 내달리는 오락영화는 이제까지 보기 어려웠다”며 “다만 굵직한 사건을 끌고 나가기에는 배우가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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