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거센 반발 속 임명…김 총장 “공천 잡음 없도록 최선”…계파간 갈등 치유 주목
‘오취강주(惡醉强酒ㆍ취하는 것은 싫으면서도 술은 억지로 먹는다).’김정권(51) 한나라당 신임 사무총장은 집권하려고 하면서도 국민의 뜻을 알려고 하지 않는 한나라당의 현실을 사자성어로 대신하고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서민의 고충이나 정책 제언을 여과 없이 수렴하도록 당 지도부와 상의하겠다”고 했다. 논란 끝에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에 취임한 김 사무총장은 13일 기자와 만나 민생 이야기부터 꺼냈다. 사무총장은 공천의 실무를 책임지는 핵심 인사. 그러나 김 총장은 “룰은 당이 만드는 것”이라며 “사무총장은 룰을 공정하게 집행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계파 갈등은 한나라당을 분당위기까지 몰고 갔다. 김 총장은 “혼란과 병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몸을 낮췄다. “통상 3선 의원이 맡아오던 사무총장직을 재선이 맡게 돼 과분한 인사”라고 했다. 또 “당 지도부의 아이콘은 개혁”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총장은 경남 김해에서 도의원 3선을 거쳐 중앙 정계로 진출했다. 자신만의 정치적 소신을 지켜오며 한길을 걸어왔다. 이 점을 신임 당 지도부가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전당대회와 당직자 인선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계파 간 진솔한 대화와 소통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김 총장은 “계파끼리 서로 배려가 쌓이고, 한나라당이 계파를 초월해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정치를 하는 데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은 국민이 바라는 공천, 이기는 공천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위적인 물갈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지난 공천을 기억하면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겠다”며 자신을 추슬렀다.
김 총장은 당직 인선을 놓고 벌어진 갈등을 홍준표 대표의 업보라고 했다.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이 반대한 데에 대해 “두 분의 말씀은 당이 더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계파를 초월한 정치를 펼치겠다는 김 총장. 하지만 친이와 친박, 쇄신파 등으로 갈라진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잡음 없이 집권당의 살림을 꾸려갈지 주목된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