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사무총장 인사를 관철시켰지만,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당직 인사를 놓고 친이ㆍ친박계가 협공에 나선 가운데, 내년 총선 공천과 경선 룰 개정 등 홍준표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라는 분석이다.
13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는 유승민, 원희룡 두 최고위원이 모두 참석했다. 전날 홍 대표의 사무총장 측근 기용에 반발, 회의장을 뛰쳐나갔던 두 사람의 회의 참석은 갈등을 더 확산시키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홍 대표가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17대 총선때도 내부적으로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잡음 없이 잘 됐던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이 고비를 잘 넘기면 큰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은 조만간 있을 당직 인사에서 이번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걱정했다. 원희룡, 유승민 두 최고위원이 “정치적으로 인정 못 하겠다”는 사무총장이 단행할 인사에 이런저런 잡음이 나올 건 불보듯 뻔한 일이라는 의미다. 한 당직자는 “사무총장 인선 논란과 일부 의원들의 당직 임명 거부를 보면, 조만간 있을 여러 당직 인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정의화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홍 대표의 어제 인사 과정을 비판하며 “충분한 공감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당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정치적 동지의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들을 아우를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혔다.
전날 홍 대표와 나경원, 남경필 최고의원이 합의한 내년 총선 공천 룰도 잠재적 시한폭탄이다. 나-남 두 소장파 최고위원이 주장해온 ‘국민경선제 도입’에 홍 대표가 일단 원칙적으로 합의는 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복잡해진다.
내년 총선 공천에 주도권을 쥔 홍 대표가 사실상 기득권을 버리는 ‘국민경선제 전면 도입’에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지난 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이 최선”이라며 전략적 공천의 필요성을 강조, 강도 높은 경선 도입을 공약으로 내 건 두 최고위원들과 대립각을 형성한 바 있다.
실제 일부 의원들은 이날 홍 대표가 발표한 경선제 도입과 현역 의원 평가 방침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의원은 “지도부의 자의적 공천을 막기 위해 현역 의원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 했지만, 그 기준 자체가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되지 않으라는 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무총장 인선과 같은 밀어붙이기식 행보가 계속된다면 친박계의 대거 탈당을 불러왔던 18대 공천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권 잠룡들간 기세 싸움도 홍 대표 체제를 불안케 하는 요소다. 특히 조만간 장관직을 내놓고 당에 복귀할 예정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복귀는 친이와 친박계 갈등을 표면화 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의 공격에서 당의 대권 후보들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홍 대표가 집안 싸움에서 중재자 역할에 실패할 경우, 또 다시 대표와 최고위원 총 사퇴, 그리고 비대위 체재 구성이라는 악순환까지도 우려된다는게 당 안팎의 목소리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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