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9개월가량 앞두고 민주당 소속 중량급 인사들의 텃밭포기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호남의 여야 중진 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특히 정세균 최고위원, 김효석 의원, 장영달 전 의원 등 호남의 터줏대감들이 기존 지역구 포기를 불사하고 수도권 및 불모지인 영남에 도전하는 기류가 대세론으로 굳어질 경우, 민주당 중진들은 십수년 동안 일궈온 텃밭을 내놓아야 하는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호남의 한 의원은 12일 “지난 18대 총선 때 같았으면 호남지역을 포기하고 서울로 출마하는 의원들이 얼마나 됐겠느냐”며 “무조건 지역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것을 개혁과 변화의 현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호남의 다른 의원은 “사람이 바뀌어야 물갈이지 지역만 바꾼다고 물갈이냐”며 “전라도 지역에서의 불출마 선언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이날 “의원들이 눈앞에 닥친 선거에서의 승리에만 연연할 경우 큰 정치를 할 수 없고, 당의 미래에도 보탬이 안된다”며 이같은 텃밭 포기 러시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최고위원(현 전주 덕진)의 내년 출마 지역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최고위원을 포함, 당내 ‘빅3’로 불리는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이 이미 수도권에 입성했거나 출마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정 최고위원도 상대적인 ‘부담’을 갖게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최고위원 측은 이날 “지금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문제들이 산적한 상태에서 출마 지역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현재로서는 지역에 충실하고 민생문제 해결에 나서는것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김효석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출마지역과 관련, “서울에서 고를 예정이고, 기왕이면 과거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지역이면서 현 정부의 상징적 인물이 있는 곳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오 특임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도 고려 대상이냐는 질문에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추가로 영남 출신의 김부겸 의원(경기 군포)의 대구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송민순ㆍ전현희 등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의 영남 도전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당 일각에서는 ‘김효석 2탄’으로 호남 중진 의원이 수도권 출사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한편 민주당의 이같은 기류가 한나라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1일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 “특정인을 겨냥한 인위적 물갈이는 반대하지만 제가 좋은 지역구를 내놓았듯이 자기희생을 위한 자발적 동참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당내 중진 의원들을 압박했다.
<서경원 기자 @wishamerry>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