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혼자였다.
한나라당 지도부에 입성한 일부 최고위원들이 경선과정에서 “전면 무상급식 주민투표 철회”, “무상급식 받아들이겠다” 공약을 내세우자 더욱 코너에 몰렸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무상급식이 정치권 전체의 쟁점으로 판이 커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서울시와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의 대결이 아닌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대결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은 올초 민주당이 3무1반(무상 급식ㆍ의료ㆍ보육과 반값등록금) 시리즈를 밀어붙일 때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4.27재보선이 끝나고 한나라당 정책이 ’좌클릭’으로 급선회했고, 무상급식 문제는 한나라당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의 문제로 격하됐다. 복지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황우여 원내대표는 "주민투표는 한나라당 서울시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면서 중앙당 개입을 꺼렸다.
무상급식에 대한 한나라당의 정책변화는 새 지도부가 본격 구성되면서부터다. 홍준표 신임 당 대표는 오 시장의 주민투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 시장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유리하다"고 호소했다.
나경원ㆍ원희룡 최고위원도 가세하고 있다. ‘알아서 살아돌아오라’에서 조심스럽게 ‘오세훈 살리기’로 바뀐 것이다.
한나라당 서울시당 운영위 대변인 강승규 의원은 12일 “민주당의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절차상 어느 게 옳은가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다”며 “중앙당에서는 서울시 문제이기 때문에 서울시에 일임하고 있지만, 중앙당 차원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과 쇄신파 남경필 최고위원이 오 시장의 주민투표에 반대하고 있어,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가시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울시는 서울에 지역구를 둔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주민투표에 적극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투표가 8월에 실시되지 않으면 무상급식 문제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총선에서도 무상급식 문제를 이슈로 삼으려는 민주당의 의도에 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불법서명 등 절차를 문제로 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주민투표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