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클릭 정책
감세철회·대기업규제·등록금완화정부정책과 곳곳 마찰 기싸움 예고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중산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여와 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중산층을 끌어오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 역시 지난 지방선거, 그리고 재보궐선거의 패배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정책 변신’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산토끼(중도표) 잡으려다 집토끼(보수표)까지 놓친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새 지도부 합동회의에서 ‘좌 클릭’으로 내부 정리를 마친 한나라당의 변신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계속됐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장래와 미래 세대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학력차별 문제”라면서 “학력차별 금지법안 처리를 조속히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추가감세 철회, 대기업 문어발 확장 제지, 등록금 부담 완화 등 지난 재보선 패배 이후 내놓은 ‘친서민 정책’의 외연을 학력차별 금지법안을 통해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문제로까지 넓히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변신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절박함이 깔려 있다. 그동안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에 초점을 맞춰왔던 정부와 여당의 복지정책 수혜 범위를 선거를 좌우하는 중산층까지 넓혀야만 내년 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당내 소장파와 쇄신파의 목소리가 먹혀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절박함은 청와대나 정부의 강력한 견제까지 무력화시키고 있다. 대학 등록금 인하, 법인세 추가감세 폐지 논란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정부의 목소리는 오히려 ‘反개혁적, 非친서민적’인 구태로 매도하고 있다.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다는 보수층의 우려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홍 대표가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와 관련해 “소득구간별로 지원에 차등을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유승민 최고위원이 “대학 구조조정의 확실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보완책을 주문했을 뿐이다. 법인세 감세를 고수해왔던 나성린 미래비전위원장도 이날 방송에 출연해 “감세는 정치적 타협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혀 감세 철회를 사실상 수용했다.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정책 변화는 민생의 문제로, 민생을 어떻게 잘 보살피느냐 하는 경쟁”이라며 “재정이 허락하는 내에서 복지와 민생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산층의 표심 이탈을 두 눈으로 확인한 지난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변신을 당연하게 만든 셈이다. 최정호 기자/choi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