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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랜스포머3’ ‘카2’는 ‘카르노그라피?’…자동차산업의 마케팅경연장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킨 변신로봇 소재 SF 영화 ‘트랜스포머3’에서 많은 남성관객들의 눈길을 잡아끈 장면 하나. 전편의 메간 폭스를 대신한 섹시스타 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뇌쇄적인 몸매를 과시하며 매끈한 스포츠카에서 내리는 신이다. 세계적인 여성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로도 활동했던 여배우와 20만달러 이상의 고급 스포츠카가 어울린 그림은 남성들의 로망 그 자체였다. 이 때 등장한 차가 바로 독일 자동차기업 메르세데츠 벤츠의 SLS AMG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극 중의 자동차 주인으로 나왔던 로지 헌팅턴 휘틀리는 실제로는 운전 면허가 없다는 사실. 결국 이 장면은 극 중 맥락과는 크게 관계없이 삽입ㆍ설정된 대목으로 벤츠로선 전세계 수천만명의 ‘잠재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가 들어간 ‘광고’인 셈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PPL(Product Placement, 영화ㆍ드라마에서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노출하는 마케팅)기업은 미국의 자동차 기업 제너럴 모터스(GM)이지만 3편에선 이탈리아의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와 벤츠가 합류했다. 벤츠의 차종으로는 중형 세단인 E클래스와 SLS AMG가 등장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각종 기업들의 PPL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엔 대규모 흥행작들에서 자동차 산업 관련 마케팅이 뜨겁다. 대표적인 작품이 시리즈로 제작된 ‘트랜스포머’와 애니메이션 ‘카’, ‘분노의 질주’ 등이다. 이들 작품을 가리켜 심지어 ‘카르노그라피’(Carnography)라고 할 정도다. ‘카+포르노그라피’의 합성어다. 이들 작품에서 자동차가 하는 역할이 포르노 영화에서 벌거벗은 남녀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할리우드 영화와 자동차 PPL에 대해 미국 영화계에선 ‘빅 비즈니스’(할리우드 리포터), ‘블록버스터 비즈니스’로 통용될 정도다.

‘트랜스포머3’는 그 정점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샘(샤이아 라보프)의 수호천사처럼 등장하는 자동차 변신로봇 ‘범블비’의 차종은 미국의 대중 스포츠카인 GM의 시보레 카마로다. 미국 영화업계에 따르면 이를 비롯해 ‘트랜스포머3’에서 중요 역할로 쓰인 차들의 역할을 위해 GM이 쓴 돈은 최소 1000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큰 돈을 쓴 만큼 광고 효과는 확실했다. 2007년 이 시리즈의 첫 편이 등장한 이후 시보레 카마로는 매해 10% 이상 ‘괄목할 만한’ 판매 성장세를 누렸다. 카마로는 2009년 미국에서 6만대, 이듬해엔 8만대가 팔렸다. 특히 영화 속의 노란색 차량 판매가 급증했다.

그만큼 자동차 PPL 시장은 거대하다.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첩보영화 시리즈인 ‘007’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애마는 애스턴 마틴으로 잘 알려졌지만 1995년 ‘007-골든아이’에선 독일 BMW의 스포츠카 Z3로 교체됐다. 그 다음편인 ‘007-다이 어너더 데이’에서 제임스 본드를 다시 애스턴 마틴 운전석에 앉히기 위해 포드사가 지출한 돈은 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회사가 지출하는 돈이 많은 만큼 영화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특히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영화 속에서 살인자가 타거나 악역을 맡은 캐릭터로는 절대 “협찬 불가”를 고집한다. ‘트랜스포머’에선 각 자동차 브랜드가 협찬을 하면서 극중 좋은 기계종족인 ‘오토봇’을 선호하고 나쁜 편인 ‘디셉티콘’의 역할은 극구 거절했다. 이 영화에서 악의 무리를 이루는 주요 로봇들의 차종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카2’에선 지금은 단종된 AMC의 차종이 악역으로 등장한다. 


‘카2’에서는 훨신 교묘하게 ‘PPL’이 활용됐다. 이 영화에는 포르쉐, 벤틀리, 레인지 로버, 롤스 로이스 등 어디서 본 듯한 차종이 수없이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이것저것 모습을 섞어놓았을 뿐 특정한 차종과 똑같은 캐릭터는 없다.

자동차 기업들의 PPL은 없는 대신 이 영화의 공식 협찬 업체는 타이어 회사인 ‘굿이어’와 자동차 보험회사 ‘스테이트 팜’이다. 영화 속에선 실명 그대로 노출되지 않고 ‘페이크(가상) 브랜드’나 극 중 대사로 암시된다. 주인공인 스포츠카 라이트닝 맥퀸의 타이어에는 ‘라이트 이어’라는 로고가 굿이어의 로고 글씨체와 똑같이 써 있다.

극 중 캐릭터인 견인트럭 메이터는 “당신의 좋은 이웃처럼, 메이터는 항상 곁에 있지”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스테이트 팜’의 광고 카피다. 자녀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부모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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