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에서 또 활짝 웃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위해 지난 2일 남아공 더반으로 날아간 이 대통령은 현지에서 꼼꼼한 인맥 관리와 적극적인 스킨십을 동원해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부동표로 분류되는 위원들의 신상을 사전에 철저히 조사한 뒤, 1대 1 ‘맞춤형’으로 접근하는 치밀한 전략으로 평창의 압승을 견인했다.
이 대통령의 더반 행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한 참모는 “CEO와 서울시장 시절 해외 출장을 가면 하루 24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지켜보니까 (대통령의 열정과 치밀한 전략이) 한마디로 기가 막히더라” 며 혀를 내눌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유독 해외만 가면 ‘대박’을 터트렸다.
국내 최초 해외 원전 수주(UAE원전)를 포함해 아시아 최초의 G20 정상회의 유치과 UAE 유전 개발권 획득 등 결과 쉽지 않은 성과들이 모두 바다건너 해외에서 만들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성실성과 치밀함, 오랜 해외 경험 등이 국제적으로 통하는 것 같다” 면서 “해외 지도자들도 이 대통령의 이같은 역량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펄펄’ 나는 이 대통령도 국내 정치로만 돌아오면 심경이 복잡해진다.
당초 올해 상반기내 완료를 목표로 한 한미 FTA 비준과 국방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들이 모두 하반기 이후로 미뤄진 데다, 여야 갈등과 당ㆍ청 갈등 등 정국 불안정도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친서민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여론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탈여의도 정치를 지향한다” 면서 “정치판이 고비용 저효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며 이 때문에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해외 유명 인사나 지도자들을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나고 현안을 논의하지만, 제 1 야당 대표와의 공식 회동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단 3차례에 그칠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거의 유일하게 확실한 정치 기반이 없다” 면서 “과거 정권은 군부나 영남이나 호남, 운동권 그룹 등의 동지적 지지기반이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경제라는 국민적인 요구를 타고 대통령이 됐다가 그 요구가 희미해지자마자 구름위에서 뚝 떨어진 격이 됐다”고 주장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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