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ㆍ야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관련, 비준안 처리과 관련 지원법을 패키지로 묶는 정치적 타협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미국 의회의 비준이 임박해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 우리 국회 비준 과정도 쉽지 않을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최원목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 공청회 사전 발표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최 교수는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국내 반미진영을 정치적으로 결속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FTA 상호비준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며 “FTA비준안과 무역조정지원법 및 통상절차법안을 패키지로 묶어 정치적으로 타협함으로써 서로 명분을 교환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보호주의 대두 위험 속에서 추가 협상에서 일부 조항이 수정되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차선의 선택”이라며 “이제는 찬반 논쟁을 접고 합의된 협정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데 지혜를 모을 때”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한미 FTA가 의약품 값을 폭등시키고, 미국 투자자들의 한국 정부 제소를 부추겨 공공정책을 무력화시키며, 지적재산권 강화의 폐해를 야기한다는 비판은 과장된 것”이라며 “국내 문제 때문에 FTA가 주는 모든 혜택을 포기하자는 것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대한민국이 취해서는 안 되는 선택”이라고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반면 현 단계에서 FTA 비준의 전면 유보 선언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G2체제와 남북관계 역시 한미 FTA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G20의 결론이 날 때까지 한미 FTA를 비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외교주권을 상실한 재협상, 남북관계의 악화(천안함 사건의 보상 차원도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분야 이익의 상실, 금융위기 이후의 상황 변화, 위기관리를 위한 정책공간의 확보, 한미 FTA와 복지국가의 상충 가능성 등을 감안해 야4당과 시민사회는 전면 재검토 후 더욱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한ㆍ미FTA 여ㆍ야ㆍ정 협의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됐다. 미국 의회의 비준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신속한 의사 결정을 촉구하는 여당과 정부, 그리고 재재협상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야당의 기싸움이 계속됐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