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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회이후 빚덩어리 전락…투자-활용 ‘솔로몬의 지혜’ 필요
日 나가노 통해 본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덫’
16일의 영광뒤 가구당 1만8000弗 부채

그리스도 올림픽 이후 재정위기 수렁


규모 크지만 산업연관 적은 스포츠시설

내수창출 등 추후활용방안 최우선

릴레함메르 ‘가건물 선수촌’ 모범사례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일본 나가노(長野)의 스케이팅 경기장 ‘M-WAVE’. 4억5000만달러의 비용으로 일본의 북알프스를 형상화해 지은 최첨단의 스케이팅 경기장은 나가노 시민들의 ‘프라이드’이자 ‘짐’이다.

‘16일간의 영광과 추억’이 경기장 곳곳에 남아 있지만, 현실에선 가끔 콘서트가 열리고 지역 아이들의 ‘좋은 스케이트장’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가노 시민들에겐 가구당 1만8000달러의 빚이 남았다.

나가노는 동계올림픽은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덫’에 지방자치단체가 빠져든 대표적인 사례다.

메가스포츠 이벤트가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한 열쇠는 ‘과도하지 않은 적절한 투자’와 ‘남은 설비를 어떻게 이용하는가’다. 특히 후자가 중요하다. 대다수의 실패 사례의 경우 재정 부담은 지어 놓은 시설을 유지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나가노의 경우 동계올림픽을 위해 지은 9개 설비를 유지하는 데에만 해마다 1500만달러가 든다. 인구 34만명의 중소 도시가 매년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큰 액수다.

“올림픽이 재정위기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그리스 아테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4년 올림픽을 위해 11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그때 지은 시설 상당수는 방치되고 있다. 특히 야구, 카약, 필드하키 등 자국 내 수요가 없는 종목의 경기장들은 사실상 폐허 상태다.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에 소요되는 시설투자금액은 총 9조49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항목별로 보면 원주~강릉 간 고속철도를 포함해 도로ㆍ철도에 투자되는 금액이 5조9149억원(65%)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두 번째로는 선수촌 건설 1조183억원(11%), 관광객 숙소 9615억원(10%), 경기장 건설 6736억원(7.4%) 순이다.

전문가들은 평창의 경우도 우선 시설투자에 드는 돈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평창은 현재 경기장은 10개 중 6개는 신설하고, 2개는 보수해서 사용하며, 2개는 현재의 상태에서 추가 비용 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가보조금법에 따라 경기장 건설의 70%는 평창올림픽조직위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조직위는 상업성 있는 경기장의 경우 민자를 통해 조달하거나 다양하게 건설비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경제학자는 “대규모 스포츠시설은 경제 효과와 고용 창출 효과가 가장 낮은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규모가 큰 반면, 산업적 연관성이 적은 데다 공익적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부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모범 사례로 꼽히는 1994년의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의 경우는 아예 선수촌과 경기장을 가건물 형태로 지은 뒤 대회 후에 철거했다. 투자비용은 대회를 통해 뽑고, 매년 유발되는 재정 부담은 없앤 셈이다.

결국 관련 스포츠의 적극적인 저변 확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내수 창출, 경기장의 창의적인 활용 없이는 대규모 스포츠시설은 밑 빠진 독이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평창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이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올림픽 투자에만 집중함으로써 강원 지역의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가 더뎌지는 구축 효과(Crowding effect)나 환경 파괴 문제 등도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박지웅ㆍ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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