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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금융버블, 위기 해법은 있다
“ ‘화폐시장의 균형상태’라고 말하는 상태는 현실적으로는 물론 논리적으로 조차 결단코 실현될 수 없는 하나의 환영(일루젼)에 불과한 상태일 따름이다”

고전적인 화폐이론을 뒤엎는 이런 도발적인 발언을 한 이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재무부, 재정경제원, 대통령 경제수석실 등을 거친 배선영 한국수출입은행 감사다. 그는 화폐 공급과 수요는 늘 균형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정설을 뒤집는다
배선영 감사는 최근 펴낸 ‘시장의 비밀’(21세기북스)을 통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고전 경제이론들의 허점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무엇이 문제인지, 진짜 시장의 진실은 무엇인지 따진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는 환율이다. 특히 고환율정책 옹호에 바쳐져 있다. “주요 자원 등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그 때문에도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고환율정책을 펴는 것이 필수적이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이후 대응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사후 입증된 측면이 있다.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환율에 맞서 보유 외환을 내다 팔 게 아니라 무대책으로 일관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즉, 고환율에 맞서 보유 외환을 내다팔면 오히려 정반대로 환율은 폭등하고 주가는 폭락, 외평채 가산금리는 급등하는 외환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최상의 방책은 고환율을 꽉 움켜쥐곤 팔지도, 빌려주지도, 보증을 서 주지도 않아야 한다는 것.그러고 나면 고환율이 가져다 주는 경상수지 흑자가 외환시장의 안정에 당장 기여한다는 ‘고환율의 축복론’이다.



조기 출구전략, 재정 적자문제 해결 등의 그의 제언도 사후 평가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내로라하는 경제석학들의 예측이 들어맞지 않은 원인을, 결정적 오류가 있는 기존 이론에 기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그가 찾아낸 이런 오류의 하나가 화폐수급의 균형이론이다. 즉 화폐 수급 균형상태는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수중에 존재하고 있는 화폐 전액을 더도 덜도 말고 모두 보유하고자 하는 상태인데,거기엔 금융증권이나 실물자산 등 현실경제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지출하고자 하는 화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그의 모형에 따르면 현실경제에선 화폐공급이 화폐수요를 확연한 격차를 두고 초과하는, 초과분의 화폐잔액이 막대한 크기로 상존한다.



이는 이자율 결정이론의 하나인 케인스의 유동성선호설의 오류비판으로 이어진다. 유동성선호설은 시장이자율이 화폐공급과 화폐수요를 균등화시키는 수준으로 결정된다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즉 전제가 틀린 결과다.



그가 제시하는 금융버블 매커니즘은 명쾌하다. 현대경제에 내재된 금융위기, 금융버블의 위험성을 적절한 때에 적정한 화폐공급으로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세계경제를 강타한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해서도 논리정연하게 풀어간다. 그리스 문제는 다름아닌 유로화 체제에 내재하는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화 사용국들 전체의 대미(對美)수출액과 대미수입액을 일치시키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런 상황에선 수출경쟁력이 높은 독일이 유리하다. 독일은 계속 대미흑자를 누리는 데 반해 경쟁력이 낮은 그리스는 계속 대미적자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독일에서 그리스로 자본이동이 일어나면서 외채가 누적돼 디폴트 직전까지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이한 설명이 부담을 줄여준다. 특히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인지, 경제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등 경제현상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측면이나 의혹들을 직시할 수 있는 다른 눈을 제공한다.







시장의 비밀/배선영 지음/21세기북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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