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박근혜계의 대표주자가 급부상한 반면 구주류였던 친이명박계는 침몰했다. 40대 당권 주자들은 최고위원 자리엔 올랐지만 한계를 드러내며 당권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한나라당의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신임 당대표를 제외한 4명의 최고위원이 받아든 성적표는 현재 한나라당 내 당권 후보들의 입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최고의 스타는 다름 아닌 유승민(53 재선) 의원이다. 누구도 그를 패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승자인 홍 신임 당대표보다 차점자로 신데렐라처럼 당 지도부로 입성한 그를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 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공천 파동 이후 2년간 은둔(?)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번 당 경선에서 오랜 은둔생활을 접고 친박계 및 영남지역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2만7519표(24.1%)을 얻어 홍 대표에게 1791표 밖에 뒤지지 않았다. 친이계가 분열한 반면 친박계가 선거운동 기간 막판 결집한 결과다.
유 의원을 제외하고 최고위원직에 오른 나머지 3명의 40대 후보군은 각자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특히 여전히 40대 당 대표에 대해 당원 및 현역 의원들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며 이들 중진에 해당돼 과거와 같은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나왔다.
3위를 차지한 나경원 의원의 경우 대외인지도 면(여론조사 30.4%)에서는 홍 대표를 능가했다. 하지만 당원 중심의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전체 7명 중 4위를 기록해 여전히 당내에선 인정을 받지 못했다.
원희룡 의원의 4위는 이변으로 꼽힌다. 친이 직계로 홍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4위에 머물렀다. 친이계 조직표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19.7%(3위)를 얻는 데 그쳤다. 선거 막판 친이계 조직화 소문과 40대 당대표에 대한 거부감, 공천 물갈이에 대한 두려움 등이 원 의원의 표를 갉아먹었다는 평가다.
남경필 의원은 턱걸이로 마지막 최고위원 자리를 꿰찼다. 당 쇄신파로 지난 4.27재보선 패배 이후 비주류였던 황우여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당내 보수적인 기류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4선 중진에 해당하지만 50대 주류인 당심을 끌어오지 못했다는 점, 친이계에 대한 공격 등이 다득표 실패의 원인으로도 분석됐다.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40대 당대표에 대한 반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이들(나경원, 원희룡, 남경필)이 지금까지 당내에서 보여준 지도력에도 당원들이 의문을 가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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