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전당대회 성적표를 받아든 청와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신임 홍준표 당 대표에게 난을 보내며 “당을 잘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전대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당혹감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친이계의 해체와 친박계의 쓰나미가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밀어닥치면서 청와대가 구상한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에 일대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내심 이번 전대에서 친이계의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홍준표-원희룡 의원간 박빙 승부를 통해 적어도 특정 계파색이 희석되는 결과를 기대했다.
이럴 경우 청와대는 미래 권력이 무대 전면에 등장할 때까지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게 되고, 대권 주자들에 대한 중립성 보장과 국정 수행을 위한 당ㆍ청간 소통에서도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게 청와대 내부의 주된 기류였다.
그러나 전대가 미래 권력인 ‘박근혜 파워’를 확인하는 통과 의례로 막을 내리면서 이같은 당초 구상은 수포로 돌아갈위기에 처했다.
홍 대표가 5일 “앞으로 계파활동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안 줄 것”이라며 계파 해체 결의를 다짐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친박의 세 확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전대에서도 수도권 중립 인사과 일부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친박 진영으로 합류한 정황이 경선 결과에서 드러났다.
여권 관계자는 “유일 친박후보인 유승민 의원의 깜짝 돌풍(2위)과 친이계를 대표한 원희룡 의원의 부진(4위)은 당내기류 변화를 상징하는 결과” 라며 “그동안 친이계에 눌려 지낸 친박 진영이 계파 해체를 순순히 수긍하겠느냐”고 말했다.
친박의 득세로 청와대 내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 ‘순장조(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는 참모)’를 다짐하며 인사개편을 한 지 얼마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이 미래권력으로 확 쏠려버려 허탈감마저 든다” 면서 “남은 기간동안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와의 첫 상견례에 어떤 말들이 오고 갈 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이 대통령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오는 11일 이후에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당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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