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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희 선임기자의 컬처 프리즘>LA 제시카의 한국어 완전정복…한류, 심장이 뛴다
‘기적의 오디션’ LA예심

유창한 한국어 연기로 주목

한국 대중문화 접촉 영향

해외교포2·3세 한국어 능통

한류가 가져온 또다른 변화




지난 1일 방송한 SBS ‘기적의 오디션’ LA 예심에서 눈길을 끈 참가자는 제니퍼 필드와 제시카 라이킨즈라는 두 금발의 미녀였다. 

제니퍼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아시아아메리칸으로 미녀대회 우승, 모델 경력을 갖고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했다.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중 한 장면을 연기했지만, 우리말 대사를 거의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기력을 평가하기 어려웠다. 제니퍼는 연기를 마치고 나서 “어렸을 때부터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완전한 미국인으로 살길 바라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LA에서 특별심사위원으로 나온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 대니얼 대 킴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친절하게 설명하며 “캐스팅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다음 순서로 나온 제시카는 김정은의 “Hello!”라는 영어인사가 무색하게 또박또박 우리말로 자기소개를 했다. UC어바인에서 한국영화를 전공하는 그녀는 한국어를 잘한다는 칭찬에 “아니에요”라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제니퍼에게 한국어 공부를 더 하라고 충고한 대니얼 대 킴조차 “저보다 잘하시는데요”라며 두 손을 내저었을 정도다. 제시카는 코미디 영화 ‘영어완전정복’ 중 이나영의 연기 장면을 골라 관문을 통과했다. 방송 후 제시카가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한국어 선생님 제시카의 연기’‘한국 사람보다 한국말 잘하는 그녀’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서툰 우리말 때문에 이번 심사에서 탈락한 제니퍼의 오디션 도중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제시카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다. 


실상 제니퍼처럼 한국어가 서툰 한국계 미국인이 대다수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재미교포 출신 스타 중 우리말을 전혀 못하는 상태에서 귀국해 활동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교포’가 한때 마케팅에 활용된 적도 있었지만 요즘 해외교포 출신 스타 가운데 발음이 이상한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게다가 나이가 어릴수록 우리말을 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해외에서 교포 2세, 3세들이 한국의 대중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의 파급력은 사실 언어문화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과거 홍콩배우 장국영, 유덕화의 전성기엔 우리나라에서 여학생들이 광둥어 배우기 붐이 있었다. 이 가운데에는 현재 한류스타의 중국어 통역사로 일하는 이도 있다. 일본 록밴드, 일본 드라마 때문에 일본어를 배웠다는 사람도 흔하다. 

국내 방송사들이 해외에서도 오디션을 개최하면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적의 오디션’ 미국 LA 예심에서 미국인 제시카는 영화 ‘영어완전정복’ 중 한 장면을 연기하면서 놀라운 한국어 실력으로 심사위원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진제공=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제시카는 한국영화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게 됐고, 지금은 재미교포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다. 케이팝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요즘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주말 SM타운의 파리 콘서트 실황을 본 한 시청자는 “무엇보다 공연장에서 우리말 플래카드와 태극기를 흔드는 프랑스 젊은이들을 보고 뭉클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오디션은 묘하게도 과거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민 1세대의 상흔과, 현재 미국인의 ‘한국어 완전정복’과 코리안드림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영어가 밥줄이었던 이민 1세대들은 ‘격세지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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