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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톱밴드’가 반가운 두 가지 이유
TV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밴드음악은 비효율적이다. 악기도 설치해야 하고 노래 시간도 길기 때문에 노래를 끊지 않는 한 많은 팀이 출연할 수 없다. 효율면에서 최고는 목소리만 있으면 되는 솔로 발라드 가수다.

그런 점에서 공영방송 KBS가 아마추어 밴드들이 기량을 경연하는 프로그램 ‘톱밴드’를 방송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통기타 붐이 생기고 있고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직장인들이 밴드를 구성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요즘이야말로 밴드음악을 대중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편성이라고 여겨진다. 예선 참가팀이 무려 661팀이 됐다는 사실은 기획이 성공했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국내 최초의 밴드 서바이벌인 ‘톱밴드’는 대중음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예능국에서 맡는 관행과 달리 교양국에서 제작되고 있다. 톱밴드 기획을 교양국에서 했기 때문이다. ‘톱밴드’를 기획한 사람은 26년차 교양 PD인 김광필(53)EP로 실제로 밴드를 구성해 2년여동안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이다. 톱밴드 연출자들도 실제 밴드 활동을 했거나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들려는 PD 등 모두 음악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교양국에서 만들다보니 편집이 다소 거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명작스캔들’ 연출자로 이번 ‘톱밴드’ 연출진에 합류한 민승식 PD는 “순수 아마추어가 모인 거니까 이걸 버리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밴드 멤버들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고생하면서 정성을 다하고 자기 열정을 보여주는 것, 이것을 프로그램내에 고스란히 담아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5회밖에 방영되지 않은 초기여서 이런 부분이 표출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밴드들이 음악만 하는 게 아니라 어렵게 시간을 내 연습하는 등 고생을 하며 인생을 살고 있는 모습을 다큐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기대를 주고 있다. 그런데서 시청자들은 뭉클함을 함께 느낄 것이다. 백마디 말보다 밴드로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더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열정을 가지고 음악을 하면 화면이 달라져 보인다고 했다.

초기 불거졌던 ‘톱밴드’ 참가 자격 논란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아아추어들만 출연하는 무대인데, ‘게이트 플라워즈’처럼 앨범을 낸 밴드들이 출연했다는 사실들이 밝혀진 것이다. 김광필 EP는 “밴드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실력으로 구분해서는 안된다”면서 “밴드를 통해 밥벌이를 하느냐로 가리는 게 정석이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참가 밴드중 EP앨범을 한번이라도 발표했던 팀은 48팀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가내수공업 형태로 제작한 레이블이거나 일주일이면 제작이 가능한 디지털 싱글을 내놓은 인디밴드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중 대부분은 생업이 따로 있다. 어렵게 짬을 내 음악을 하는 ‘주경야음(晝耕夜音)’족이다. 이들까지 프로패셔널로 분류해 참가를 제한시킬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가 언제 이들에게 프로로 대접해준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김광필 EP의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또 엑시즈 팀은 코치로 출연하고 있는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과 알고 지냈던 사이라는 점도 논란거리였다. 김EP는 “하지만 밴드들의 세계는 의외로 좁아 친분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고 신대철 씨는 심사위원이 아닌 코치라 별 문제가 안된다 ”고 말했다.

영국은 음악의 바탕에 밴드음악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록밴드는 지나치게 소외돼 있다. 체리필터 보컬 조유진이 치어리더 밴드인 ‘팜팜’을 보고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할 팀”이라고 호평하며 소외된 국내 록밴드의 현 상황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의도도 충분히 이해된다.

‘톱밴드’ 참가팀중에는 직장인 밴드 외에도 고교생과 대학생이 모인 학생 밴드도 많다고 한다. 앞으로 음악을 할 새내기들이 밴드음악을 하며 먼저 소외를 경험해야 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1970~80년대만 해도 대학생 밴드(그때는 ‘그룹사운드’라 불렀다)들은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젊음을 발산할 수 있었다. 당시 대학가요제가 흥한 건 그룹 사운드를 만든 젊은이들의 용솟는 에너지를 대거 흡수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끓어오르는 에너지속에서 창의성이 나온다. 마그마팀의 ‘해야’는 그 대표적 산물이다. 당시 그룹사운드는 젊은이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톱밴드’가 밴드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밴드음악이 조금이나마 대중화로 갈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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