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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Trave> 깎아지른 절벽1.5km에 새긴 불상 10만점..뤄양 용문석굴
탐스러운 붉은 꽃잎의 모란으로 유명한 뤄양(洛陽)은 중국 허난(河南)성의 대표적인 고도다. 기원전 770년 주나라를 시작으로 후한, 위, 수 등 무려 9개 왕조가 이곳을 도읍으로, 흥망성쇠를 이어갔다. 소설 삼국지에서도 후한 말기 뤄양이 무대로 그려졌다. 삼국지의 영웅 관우의 묘도 이곳에 모셔져 있다.
그러나 뤄양의 최대 볼거리는 장대한 용문(龍門)석굴이다. 뤄양을 찾는 이들은 이 엄청난 스케일의 석굴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용문석굴-암벽에 새긴 10만점의 불상=뤄양에서 남쪽으로 약 13㎞를 달리면 너른 이하(伊河) 강변의 암벽을 따라 양측에 벌집 같은 거대한 석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 유명한 용문석굴이다. 둔황 막고굴, 다통 운강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로 꼽히는 이 석굴은 명성에 걸맞게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불교예술의 총아일 뿐 아니라 빼어난 건축, 조각미술의 집합체다. 유네스코는 2000년 이 석굴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이하 강변 좌우의 용문산과 향산(香山) 암벽에 1.5㎞에 걸쳐 조성된 용문석굴은 5세기 말(북위)부터 당나라 때인 9세기까지 무려 400여년간 깎고 다듬으며 세워졌다. 그 결과 2300여개의 석굴과 벽감(壁龕)이 조성됐다. 석굴 내부엔 총 10만점의 불상과 50여개의 탑이 들어섰다.


지금과 같은 특수장비가 없던 시절, 까마득하게 높은 절벽에 매달려 큰 굴을 파고, 세밀하기 이를 데 없는 불상을 새긴 투혼에 여행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불상은 10여m가 넘는 것부터 2~3㎝ 손톱 크기에 불과한 것까지 실로 다양하다. 더구나 제각기 다른 표정과 조형미를 보여줘 감탄사가 연발된다. 그 양식은 갸름하고 처진 어깨에 목이 길어 유연하다. 전체적으로 가녀린 인상이다. 또 중국 고유의 조형도 눈에 띄어 서방풍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장식이 섬세하고 회화적인 표현도 눈에 띈다.

용문석굴 중 가장 유명한 불상은 당(唐) 고종 때 시작돼 황후 무씨(後의 ‘측천무후’)가 주도한 봉선사(奉善寺)의 거대 불상군이다. 이를 보지 않고는 용문석굴을 봤다고 할 수 없다고 할 만큼 단연 압권이다. 특히 폭 35m 석굴 안에 있는 대불(비로자나불)은 높이가 17.4m에 이르며 귀 길이만도 1.9m나 된다. 


675년에 완성돼 절정기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불상은 수려한 용모에, 인자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거액의 자금을 대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측천무후를 모델로 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그러나 학자들은 “시기가 맞지 않으며 여러 근거에서 그저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

한편 고양둥(古陽洞)은 가장 오래된 동굴이자 예술적 가치가 높은 동굴로 유명하다. 길이 10m가 넘는 대형 석굴의 천장과 벽면에 불상이 수도 없이 새겨져 있는데 하나같이 예술적으로 빼어나다. 빈양삼동(賓陽三洞)은 북위 때 총 80만명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해 24년에 걸쳐 조각했으며 내부에 11개 대형 불상이 모셔져 있다. 이밖에 2㎝ 크기의 불상 1만5000개가 조각된 만불둥(萬佛洞), 천장의 연꽃이 아름다운 연화동(蓮華洞)도 놓쳐선 안될 코스다.

다만 불상들이 오랜 세월 방치되면서 훼손된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 불상머리를 소장하면 복이 온다는 미신 때문에 머리가 떨어져나간 불상이 많다. 또 도굴단에 의한 불법 반출,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에 의한 파손 흔적도 뚜렷하다.


▶쿵후로 유명한 소림사, 중국 최고(最古)의 사찰 백마사=허난 성의 성도(省都)인 정저우는 중국 최초의 왕조인 은나라 도읍이 있던 역사 도시다. 게다가 중국 오악(五岳) 중 하나인 숭산(嵩山)이 가깝다.
정저우 시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덩평현 숭산 자락에 세워진 소림사(少林寺)는 527년 인도 승려 달마가 선종(禪宗)을 개창한 유명 사찰이다. 역대 소림사 승려들의 사리가 모셔진 ‘탑림’과 고승 혜가가 수행했던 ‘이조암’이 있다.

소림사는 중국 무술의 총본산으로 특히 유명하다. 소림사 입구에는 무려 70여곳의 무술학교가 세워져 성업 중이다. 그러나 소림사 입장료(120위안) 외에, 30위안을 더 내고 관람하는 무술쇼는 어린 수련생들이 펼치는 다소 조악한 공연이다.
한편 뤄양에서 20분 거리인 백마사도 둘러봄 직하다. 중국 최초의 불교 사찰로, 후한 때인 68년에 창건됐다. 백마사라는 이름은 중국에 처음 불교를 전파한 두 인도 스님이 경전을 백마의 등에 싣고 왔기 때문에 지어졌다. 절 동쪽에는 1175년 창건된 높이 24m, 13층 규모의 석탑 제운탑이 여행객을 맞는다.

▶가는 길과 숙박, 음식=정저우, 뤄양은 한국에서 직항노선이 2년 전 개설돼 오가기 편리하다. 인천~정저우 간 직항편의 소요시간은 2시간20분. 시차는 1시간. 한국이 1시간 빠르다. 정저우와 뤄양은 대도시여서 특급호텔 등 깨끗한 숙소들이 많다. 먹을거리도 풍부하고, 베이징 상하이에 비해 저렴하다. 특히 소림사 인근의 중국 최초의 비구니사찰 영태사(永泰寺)에서 내놓는 사찰음식은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글,사진=(뤄양)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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