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ㆍ15를 계기로 ‘공정(fairness)사회’를 최대 국정 과제로 앞세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국민은 공정이라는 가치가 달성하기 어려운 이상임을 깨닫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 보도했다.
WP는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공정이라는 새로운 가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정은 급격한 변화와 경쟁, 사회 양극화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민은 공정이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식품가격과 대학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동안 서민계층의 소득은 줄어들고, 서울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지방은 기업유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삼성과 현대 등 재벌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이들이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소개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힘센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며 “우리는 경쟁에 익숙해져 있으며, 지금도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특히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공정사회 슬로건을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참모가 ‘협력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면서 엘리트 계층이 양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선진국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현 정부가 고질적인 부패에 시달리면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이어 특혜와 뇌물이 법치시스템과 금융감독, 정상적 기업거래를 훼손하고 있고 최근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반값 등록금 사태 등을 겪으면서 국민이 혼란에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또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본인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대기업을 선호하고 부정기업인을 사면한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주목할 만한 명성을 갖고 있는 이 대통령이 한국에서 지지율이 20%대 후반에 머무르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WP는 밝혔다.
WP의 보도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공정이라는 개념이 애초부터 정치 어젠다가 아니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특히 정부가 스스로의 불공정을 가볍게 여기면서 국정 과제로 공정을 강조할 경우 국민적 반감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