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리플리’ 이다해 링거 투혼…공감없는 악역에 빛바래다
후반에 접어든 MBC 월화극 ‘미스 리플리’에서 이다해는 주인공 장미리를 맡아 거의 원맨쇼를 펼치고 있다. 최근 밤샘 촬영 등으로 인한 피로누적으로 병원에 입원해 링거까지 맞으며 연기투혼을 펼친다.

게다가 호텔 a 대표 장명훈(김승우)과 몬도리조트 후계자 송유현(박유천) 두 남자의 인상적인 연기와 함께 장미리가 일했던 클럽의 포주로 장미리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히라야마(김정태)의 미친 존재감도 돋보인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반응은 시원찮다. 그 이유는 이다해의 장미리 캐릭터에 대해 이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힘든 과거를 벗어나기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학력을 위조한 채 두 능력남을 홀리는 이다해의 명품 몸매와 의상발은 훌륭하다. 요즘은 이다해가 과로해 초반 최고의 모습이 나오지 않고 피곤에 찌든 모습이 화장에 가려진 상태에서 드러나 안타까움을 주지만 그래도 남자들이 빠져나오기 힘든 치명적인 매력을 표현하기에는 이다해만 한 여배우도 드물다.

이다해는 김승우와 박유천 두 남자와 거의 동시에 데이트를 하면서 정체가 탄로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은 주지만, 더 이상의 무엇은 주지 못한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두 남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이중사랑을 해오고 있는 것만으로는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관심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이다해가 사기를 치는 건 사회성을 지닌 행위다. 도쿄대를 졸업했다는 거짓말을 시작으로 세상을 속이는 한 판의 사기극이 학력 위주의 사회에 그 무엇을 던져줄 수 있다. 초반에는 신정아 사건도 연상되면서 이다해의 거짓말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많은 기대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9회까지 진행된 현재 장미리는 시청자를 납득시키기 힘들다. 불쌍하게 살아온 장미리지만 별로 동정이 가지 않는다. 분량만 많다고 해서 주연이 돼 드라마를 이끌 수 있는 게 아니다.

장미리의 행동은 처절하게 보여야 한다. 왜 저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지가 이해돼야 한다. 그것이 극적 개연성이다.

하지만 두 남자에 양다리를 걸친 장미리의 행위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녀의 거짓말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얄밉게 보이기까지 한다. 입만 열면 나오는 거짓말은 이젠 재미가 없다. 김승우를 순식간에 유혹해 ‘꽃뱀’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준다.

욕망의 늪에 빠져 거짓된 사랑을 펼쳐내는 이다해를 쫓아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환부가 자연스레 드러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별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장미리 캐릭터에 설득력을 가지게 하는 게 급선무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