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4일 뒤면 잠정 발효된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에게 한ㆍEU FTA는 양날의 칼이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의 단초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국내 서비스 산업을 유럽 국가에게 잠식 당할 위험이 더 크다.
27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집계한 작년 대(對) EU 서비스수지 적자는 84억3690만달러에 달한다. 2009년 84억3710만 달러 적자에 비해 소폭 줄긴 했지만 유럽 경제위기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이었다. 불과 5년 전인 2005년 40억3770만 달러와 비해 적자 규모가 배 이상 늘었다. 10년 전 14억1140만달러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6배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는 실컷 EU에 상품을 수출해봤자 서비스 교역에서 나온 적자를 메우기에 급급한 상황에 빠져있다. 지난해 한국은 EU와의 상품 교역에서 149억4190만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냈지만 서비스수지 적자가 워낙 막대한 탓에 경상흑자는 18억5660만달러에 그쳤다.
문제는 EU에 대한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액은 서비스에 비해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대 EU 상품 수출액은 14.4% 늘어났을 뿐이다. 이 기간 서비스 지급액(우리나라가 서비스 교역에서 EU로 지출한 금액)은 무려 66.0% 급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ㆍEU와의 서비스 교역 동향과 한ㆍEU FTA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서비스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되고 외국자본에 대한 투자 규제가 완화될 경우 금융, 사업서비스, 특허권 사용료 등 EU가 경쟁력을 지닌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한국시장 진출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대 EU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를 비춰볼 때 단기적으로 서비스 수지 적자는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고(환율 하락) 국내 경기가 꾸준히 회복한다면 2009, 2010년에 비해 대 EU 서비스 수지 적자는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준비 없는 EU와의 FTA 발효는 국내 서비스 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EU 금융, 법률, 지적재산권 시장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급선무지만, 일반의약품(OTC) 수퍼마켓 판매 허용 논란 등 소모적인 밥그릇 싸움에만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