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가에 좌파 방송 뿌리뽑기 행태가 본격화된다. 최근 방송인 김미화씨 외압하차설이 불거진데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좌파ㅣ성향 발언을 한 게스트를 초청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잇따라 공정성에 대한 심의를 벌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다음 달 7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MBC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이하 ‘손에 잡히는 경제’),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이하 ‘경제포커스’), MBC ‘박혜진이 만난 사람’에 대해 제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손에 잡히는 경제’(5월25일 방송)와 ‘경제포커스’(5월28일 방송)에 대해서는 지난 16일 열린 방송심의 소위원회에서 제작진의 의견을 청취하고 심의를 벌였으며,‘박혜진이 만난 사람’(6월11일 방송)에 대해서도 23일 열린 방송심의 소위원회에서 같은 절차를 진행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3건 다 민원이 제기돼 심의를 진행한 것”이라며 “심의 적용 규정은 전체회의 의결 전까지는 공개할 수 없다. 안건으로는 올라가 있지만 제재 여부나 수위는 회의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의 대상이 된 세개 프로그램 모두 게스트를 초청해 시사 문제에 대한 해설을 듣는 방송으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의 ‘공정성’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심의위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해당 프로그램 중지’, ‘관계자 징계’, ‘경고’, ‘주의’ 같은 법정제재를 내릴 수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손에 잡히는 경제’와 ‘경제 포커스’에서 유성기업 파업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두 프로그램 모두 세명대 제정임(저널리즘스쿨) 교수가 게스트로 나와 유성기업 파업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제 교수는 이들 프로그램에서 “1년 반 동안 이 회사의 아산공장 노조원 중 5명이 과로로 숨졌다”며 “노조원들의 요구는 철야 근무를 없애고 주간 2교대로 하자는 것이다. 연봉 1억원이 넘는 근로자라도 사측의 부당행위가 있다면 단체행동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 헌법과 노동법상의 권리”라고 말한 바 있다.
‘박혜진이 만난 사람들’에서는 일제고사를 거부해 해임당했다가 대법원의 판결로 복직하게 된 교사들이 출연했다.
이외에도 방통심의위는 배우 김여진이 출연한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지난 13일 방송에 대해서도 심의를 검토 중이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이 건에 대해서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어떤 사유인지,현재 어떤 절차가 진행 중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하며 “민원이 제기돼 심의를 검토 중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약자를 대변하는 목소리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공정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방송의 역할 중 하나가 사회적 약자나 소수계층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인데 방통심의위가 그 역할에 대해 문제 삼으려 하는 것”이라며 “기준이 애매한 공정성을 가지고 심의의 잣대를 들이대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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