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단군과 고조선은 오래 전에 고증된 역사다. 북한은 1990년대 초 단군릉 일대에서 약 5000년 전 부부의 유골이 발견됐고 그것이 단군 부부로 판명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은 이후에도 평양 일대에서 고인돌 무덤 등 구석기, 신석기 유적과 유물이 잇따라 발견됐다고 발표했고 마침내 1990년대 후반 이 일대의 고대문화를 ‘대동강 문화’라고 이름 지었다. 특히 4800년 전의 고인돌 무덤에서는 하늘의 별자리 위치를 표시한 규칙적인 구멍들이 발견됐는데 천문학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보다 3000년 가까이 앞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런 연구활동을 근거로 1998년 3월 “과학적으로 증명된 수많은 자료는 대동강 유역이 고대문화, 단군조선의 문화임을 입증한다”며 대동강문화를 ‘세계 5대 문명’ 중 하나라고 선포했다. 유물의 연대, 분포 등을 볼 때 대동강 문화야 말로 중국 황허, 인도 인더스강, 이집트 나일강, 서남아시아 티그리스ㆍ유프라테스강 문명 등 ‘세계 4대 문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에도 “세계 5대 문화의 하나인 대동강 문화는 평양을 중심으로 한 대동강류역에서 발생한 고대문화”라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중앙통신은 “발굴된 유적, 유물에 의하면 대동강유역은 원인, 고인, 신인 등 인류 진화의 순차적 단계를 거쳐오면서 농경문화를 위주로 하는 청동기문화, 도기, 천문, 문자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문화 발상지의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대동강 유역에 집중된 고인돌 무덤과 돌판 무덤, 큰 부락터 유적, 옛성, 집터 등은 평양이 고대문명의 발원지였다는 것을 충분히 뒷받침해 준다는 것이다. 또 “자연지리적 조건이 유리하고 산수가 수려해 인류가 발생ㆍ발전하여 온 대동강류역은 세계가 공인하는 조선사람의 발원지이며 조선민족의 성지”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주장에 역사학자들은 “근거가 약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일단 북한이 유물·유적의 발굴과정이나 연구보고서 등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주장의 사실 여부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대동강문화를 세계 4대 문명과 비교하려면 문명의 규모, 세계 역사에 끼친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지 단순히 유물·유적이 오래됐다고 해서 세계문명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단군릉만 하더라도 고구려 양식이라는 점에서 진위가 의심스럽다고 보는 학자도있다. 9층 계단식 돌무덤으로 건설된 사각형 모양의 이 무덤은 1994년 10월 현재 모습으로 개축됐다.
북한이 단군, 고조선을 중심으로 한 대동강 문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나서는 배경에는 정권의 역사적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대동강 문화 개념이 탄생하고 강조된 시기는 1990년대 중후반으로 북한의 격동기와 겹친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권력기반 다지기에 나서야 했다. 일각에서는 남한과 벌이는 체제경쟁 구도에서 우위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동강문화에서 고조선이 유래했고 또다시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북한이야말로 역사적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