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들의 주택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국민주택기금이 수탁은행들의 부실심사와 소관부처의 감독소홀로 엉뚱한 곳으로 줄줄이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전세자금을 받은 30만6179명에 중 348명(대출금액 85억원)은 전세자금 대출 후 전세주택에 전입하지 않았는데도 취급은행에서는 대출금을 회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감사원이 일부 대출금 연체자들에 대해 대출서류 등을 조사한 결과, 허위서류 등을 이용한 전세자금 사기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대출브로커인 A씨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착복할 목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사례비를 약속한 뒤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토록 했다. A씨는 임차인이 은행에서 4000~5000만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하고 은행에서 임대인에게 전세자금을 송금하면 이를 곧바로 인출토록 한 뒤, 임대인과 임차인에겐 100~200만원의 사례비를 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기는방식으로 1억8000만원(4건)의 전세자금을 편취했다. 감사원은 해당 대출을 포함한 2건의 사기대출 사례에 대해 감사가 종료된 지난 1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수탁은행들이 취급한 근로자ㆍ서민주택구입자금과 전세자금 대출자 28만5991명에 대해 감사원이 분석한 결과, 세대주 연간소득이 대출기준을 초과하는 148명에 대해 근로자ㆍ서민주택전세자금 65억원이 부당하게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들은 대출 심사 시 신청인의 소득증빙자료가 아닌 ‘소득 없음’ 각서만 징구하거나 복지연금 등의 수당 및 사업소득을 누락한 채 소득을 계산하는 등 심사를 부실하게 진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같은 주소지에 거주하는 동일 세대원에게 전세자금이 각각 대출되거나, 전세자금을 상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 감사원은 국민주택채권 매수를 전담하는 19개 증권사들이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증권사별 신고시장가격을 담합한 사실도 적발됐다. 가격 담합의 결과,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말까지 부동산 등기 과정에서 국민주택채권 매입자들이 약 886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에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장에게는 소액채권매수전담 증권사로 지정된 20개사의 수익률 담합 혐의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금융감독원장에게는 수익률을 사전에 공모한 증권사에 대해 기관경고 등의 제재방안을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