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한나라당 의원(비례대표)이 올해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배치됐다. 지난 3년 동안에도 예결위 활동을 벌여왔던 이 의원은 이로써 18대 국회 동안 4년 내내 나랏 예산 심의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 됐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의원은 그동안 예결위에서 ‘호남예산 지킴이’를 자처, 여수엑스포 및 새만금사업 등 전라남ㆍ북도 현안 예산을 통과시키는데 ‘공’을 세워왔다. 또 비교적 ‘비인기’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비법조인 출신임에도 불구, 지속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 귀감이 됐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그러나 예결위가 지역구 예산 유치경쟁으로 인기가 높은 상임위라는 점 때문에 이 의원의 이번 예결위 배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도 있다. 예결위원 선정을 전문성, 지역안배, 상임위 등을 고려해 다양한 의원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 한 의원이 독점하는 듯한 모습은 엄연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예결위 지원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22일 “국회 예결위는 다양한 의원들이 역할을 돌아가면서 참여하도록 돼 있는데도 한 사람이 자신의 전유물처럼 혼자만 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더군다나 한 사람이 4년동안 계속적으로 예결위에 들어간 일은 헌정 사상 찾아보기도 힘들고 납득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 원내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의원이 한나라당의 불모지인 호남 지역을 위해 예산같은 사안에 대해 열심히 뛰어주는 모습은 당으로서도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다는 형평성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의원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가 일종의 ‘후광 효과’를 보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와 무관한 인물었다면 초선이고 비례대표인 그가 4년 내내 예결위에서 활동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경원 기자 @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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