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고, 반대로 의장석 점거로 맞서는 의원들의 세비와 수당을 깎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지나친 의정 활동 제한’ 이라며 반발하고 나서자, 사무처 역시 “한 직원의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22일 열린 한나라당 중진회의에서는 최근 국회 사무처가 제출한 ‘의안 처리 개선법’ 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영선 의원은 “국회 사무처가 여야동수 안을 내놨는데, 이는 선출직 독재”라며 “(법안 처리를)여야동수로 한다면 국민이 선출한 뜻을 반토막 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회 사무처가 여야 의원들과 검토 없이 이런 의견 내는 것은 위험 본연 임무에 어긋난다”며 사무처의 부적절한 처신임을 강조했다.
이는 국회 내 몸싸움과 법안 처리 지연을 막기 위해 정당의 의원 숫자와 상관 없이 여야 동수로 쟁점 안건을 논의하는 조정위원회를 두도록 한 사무처의 안에 문제점을 거론한 것이다.
정의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비판에 동참했다. 정 위원장은 “사무처가 그런 법안을 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며 “다수당이 상임위 위원장을 되고, 그 결과에 대해 다음 선거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야동수 소위 구성이 가져올 책임정치 실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찬반 의견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도입이 과반수 의결 및 선거라는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는 동감하는 분위기다.
여야의 반발에 해당 법안을 제출한 국회 사무처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사무처 한 관계자는 “일개 직원의 아이디어였을 뿐”이라며 “앞으로 국회에서 보다 많은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 수정, 보완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여야의 반발, 그리고 사무처의 꼬리 내리기에 6월 중 의안처리 개선법 제정이라는 양당 원내대표 간 합의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분석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회동을 갖고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선진화를 위한 ‘의안처리 개선법’을 제정하기 위해 각 당 3인 씩 6인 소위를 구성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의원처리 개선법 소위 소속 한나라당 한 의원은 “여야가 각각 안을 내기보다, 오랫동안 국회 업무를 관장한 국회사무처가 안을 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무처에 `안을 만들어보라‘고 했다”며 이 처럼 반발이 거셀 것으로는 예상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19대 국회부터 의안처리 개선법을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