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연임이 공식 확정되면서 향후 반 총장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유엔 수장에 오른 반 총장의 2기 임기는 내년 1월1일 출범해 2016년말에 종료된다. 이날 반 총장은 연임이 확정된 뒤 회원국 대표들의 기립박수 속에 회의장에 입장했고, 전체 회원국을 대표하는 5개 지역그룹 대표들의 지지와 찬사 연설을 들은 뒤 유엔 헌장에 손을 얹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선서했다. 특히 총회에 제출된 반 사무총장 연임 추천 결의는 이례적으로 안보리 이사국 15개국과 유엔 전 회원국을 대표하는 5개 지역그룹 의장 등 20명의 공동 제안으로 이뤄졌다. 반 총장은 수락연설을 통해 “유엔의 역할은 선도하는 것”이라면서 “미래를 바라볼 때 우리는 결정적이고 합심된 행동의 명령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초 서방 언론들로부터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반 총장은 특유의 조용한 리더십을 앞세워 유엔개혁과 중동ㆍ아프리카 분쟁,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각국의 관심과 공동의 해법을 모색해왔다.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2기 반기문 체제’에서도 유엔이 국제 현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해결사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다. 특히 불안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중동의 소요사태와 2015년을 기한으로 한 새천년개발목표(MDG) 달성,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안보와 군축, 인권보호, 해적문제, 테러리즘 등 반 총장이 앞장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또 방북 가능성과 함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 총장이 수락연설에서 그가 “시작만으로는 안된다. 결과를 주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결과,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결과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자신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또 “오는 9월 정기총회에서 광범위한 장기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반 총장의 연임 추천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반 총장이 새로운 임기에도 유엔 회원국과 더불어 세계 평화를 지키고 공동의 발전을 촉진하면서 국제적 협력을 증진시켜가는데 유엔의 역할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은숙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연임 확정에 대해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 회원국내 이견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반총장 제2기의 안정적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외유내강의 반기문 총장이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활용, 제1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반 사무총장이 인권이나 비확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