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은 판타지 천국이다. 특히 여성 시청자가 상당수인 평일 10시엔 방송사마다 ‘훈남 판타지아’가 울려 퍼진다. 정작 둘러보면 현실엔 없지만, 조금 떨어지면 있을 법하고, 혹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완벽남’ 들이 즐비하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MBC 드라마 속에는 ‘완벽남’ 4인이 등장한다. ‘최고의 사랑’ 독고진(차승원 분)과 윤필주(윤계상 분), 그리고 ‘미스 리플리<사진>’의 송유현(박유천 분)과 장명훈(김승우 분)이 그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배우, 다정다감한 ‘엄친아’ 한의사, ‘꽃미남’ 재벌2세, 의대출신 호텔 총지배인. 출중한 외모와 한 여자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은 기본이다. 과히 모든 여성의 꿈, 아니 ‘판타지’다. 하지만 이 두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드라마 속 상황설정에서 비롯된 영향도 있지만 같은(?) 훈남끼리 인기차가 심하다.
‘최고의 사랑’의 2인방(독고진, 윤필주)은 ‘독라인’ ‘필라인’ 등을 만들며 여성 네티즌들을 열광케 한다. 그들의 조건은 환상 같지만, 환상이 아닐 수도 있는 사람들로 느껴진다. 전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현실에 충분히 있을 법한 극 전개와 캐릭터 연출의 힘이다.
반면 ‘미스 리플리’의 2인방(송유현, 장명훈)은 “유천이 때문에 본다” “바보같다”며 여성 네티즌들을 ‘열받게’ 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을 뿐, 극 상황 어디에도 공감할 만한 구석이 없다. 지나친 우연과 억지 설정 탓에 전용기를 타는 송유현이 ‘시크릿 가든’ 의 김주원처럼 될 수 없고, 이다해의 눈웃음에 바로 사랑에 빠지는 장명훈이 10여년 전 ‘호텔리어’ 의 김승우처럼 ‘훈훈’해지지 않는다.
드라마 속 ‘한 여자와 두 남자’ 설정은 대개 시청자들의 ‘호불호’에 따라 어느 한 남자로 쏠림현상을 만들곤 했다. 하지만 ‘최사’의 두 ‘훈남’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미스리플리’의 두 ‘훈남’은 외면당하고 있다. 시청률의 차이만큼이나 서글픈 온도차다. 박동미 기자/p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