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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생활도 재테크다…‘하우스 푸어’와 닮은 꼴?, 껍데기 땅 부자 ‘랜드 푸어’의 눈물
서울에서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이내에 도착 가능한 강원도 H군에 약 10만㎡(3만평) 규모의 알짜배기 땅을 소유하고 있는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A씨의 땅은 강이 조망되는 곳에 위치해 있어 현재 시세는 대략 필지별로 3.3㎡(1평)당 40만~70만원에 이른다. 3.3㎡당 평균 50만원씩만 잡아도 150억원대에 달하는 땅 부자인 A씨가 잠을 못 이루는 이유는 뭘까?

다름 아닌 A씨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땅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의 땅을 분할해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땅 시장 침체로 아예 매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A씨는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시중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자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 A씨는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몇 필지를 시세보다 대폭 낮춰 내놓았지만 수요자들의 입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종부세 등 세금 부담도 A씨를 더욱 옥죄고 있다. A씨는 “대출이자 상환에 각종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땅을 파는 수밖에 없는데, 땅 시장 침체로 싸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며 “결국 더욱 헐값에 내놓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강원도 C시의 풍광 좋은 계곡의 땅 5만㎡(1만5000여평)를 소유하고 있는 B씨 또한 A씨와 비슷한 처지다.

B씨는 이 땅을 수십개의 필지로 분할해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3.3㎡당 30만원에 내놨다. 이 땅은 좋은 입지조건을 갖춰 투자측면에서도 제법 매력적이지만 아직까지 ‘사겠다’는 매수 움직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A씨와 B씨 모두 쫓기듯 시세보다 훨씬 싸게 땅을 내놓은 이유는 대출이자 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시급한 데다, 땅을 팔기 위해 몇몇 필지에 대해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놓았는데 그 기한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른 시일 내에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놓은 일부 필지를 팔지 못할 경우, 개발행위 허가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착공계를 제출하고 집을 지어야 한다. 설상가상 건축비 부담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대출을 받아 비싼 집을 장만했으나 빚을 갚느라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와 비슷한 상황이 대규모 땅을 가진 일부 지주들 사이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말하자면 ‘랜드 푸어(Land Poor)’인 셈이다.

물론 이들 지주들은 집과 대규모 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랑 집 한 채 밖에 없는 ‘하우스 푸어’와는 구별되지만, 과도한 대출로 인한 이자상환 압박과 생활 자금난에 쫓겨 보유 땅을 급급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준 땅이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그들을 옥죄고 있는 것. 또 다른 지주 C씨는 “남들은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가난하냐’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이미 땅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돈을 대출받아 썼기 때문에 만약 분양이 제대로 안 되면 자칫 경매로 넘어가기 전에 초급매로 처분할 수 밖에 없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상황논리로 보면 ‘하우스 푸어’나 진배없는 ‘랜드 푸어’인 셈”이라고 자조했다.

강남 등지의 비싼 집을 가졌지만 대출 갚느라 가난한 삶을 사는 ‘하우스 푸어’나, 많은 땅을 보유하고 있지만 역시 대출 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랜드 푸어’나 어찌보면 비슷한 처지라는 것이다.

강원도 땅을 전문으로 하는 한 중개업자는 “향후 토지 시장 역시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대출이자 상환, 생활비 등의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랜드 푸어’들의 급매물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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