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사교육 발호할 수도”… ‘주5일제 수업’ 에 학부모ㆍ교육계 우려
정부가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ㆍ중ㆍ고교를 대상으로 현재 격주로 시행되고 있는 ‘주 5일제 수업’을 매주 시행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상당수 학부모는 물론 교육계 일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준비도 없이 정부에서 갑작스레 내년부터 전면 ‘주 5일제 수업’을 도입해 ‘돌봄 사교육’ 등 관련 사교육이 발호하고 ‘홀로된 아이들을 위한 대책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을 둔 김모(39) 씨의 경우 자신도 토요일에 출근하는 데다, 개인병원 간호원인 아내도 토요일 오후 3시까지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라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급한 대로 어렸을 때는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겨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맡기기도 눈치가 보여 집 근처 친척집에 맡기고 있다.

김씨는 ”평일에는 학교 보육교실에서 놀다 오니까 경제적 부담도 덜고 안심이 돼서 좋다“며 ”토요일 오전에는 학교 보육교실도 놀고 학원도 모두 문을 닫아 보낼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의 두 아이는 평일에 보습학원과 태권도장,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 두 곳씩을 다닌다. 가르치려는 목적도 있지만, 학교 보육시설이 6시여서 부부의 퇴근시간 때까지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씨는 ”지금도 학원비가 월 50만원 정도 드는데 주5일제를 전면적으로 하면 사교육비가 더 들어갈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교육 업계에선 ‘주 5일제 수업’ 전면 실시에 대한 대비를 시작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보습학원 원장은 “당장 아이를 맡길 수 없는 부모들이 내년에 주말에도 전일제 수업을 해달라고 해 계획을 짜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부모가 토요일은 물론 경우에 따라 일요일에도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학원비 부담에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설이 학교밖에 없다”며 “자녀가 하나인 경우 혼자 방치되는 경우 안전사고 등의 위험도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ㆍ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청소년 여가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 5일 수업’을 전면 시행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박모(47) 씨는 ”아들이 학교가는 토요일에는 오전 수업 마치고 오후에 학원에라도 갔다 오는데 노는 토요일이면 좀 쉬어야 한다며 학원도 빼먹고 온종일 PC방에서 게임을 하기 일쑤“라며 ”매주 쉬면 주말마다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학생들이 다른 유혹에 빠질 염려가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행하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청소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단체들도 ‘토요일에 아이를 돌볼 비용을 가정에 떠넘기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장은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는 토요일에 자체적으로 양질의 체험활동을 시켜줄 여유가 없는 곳이 많다”며 “결국 자녀를 학원에 맡기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애초 정부가 교원단체와의 협상 차원에서 이 사안을 다룬 것이 문제”라며 “학생ㆍ학부모의 의견 수렴이나 대책 논의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5일 수업제를 감행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도 “대안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된다고 해서 우려가 크다”며 “주 5일 수업제의 취지를 인정하지만 점진적 시행이 옳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 @ssyken>

ken@heraldcorp.com





















<신상윤 기자 @ssyken>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