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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가수’, 여왕과 맨발의 영혼…아름다운 두 이별
논란의 실체를 확인받고 스포일러가 베일을 벗는 시간이었다. 12일 방영된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MBC)’는 한 주간의 소음들이 응집돼 나온 결과물이었다. 먼저 출연가수인 옥주현과 JK김동욱의 재녹화 논란은 ‘무편집’이라는 강수를 둔 제작진의 역공으로 오해를 풀었고, 한 주간 온라인을 통해 난무했던 스포일러는 이날 경연의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표면적인 결론은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나는 가수다’의 원년 멤버 이소라가 정엽, 김연우에 이은 세 번째 탈락자가 됐고, 재녹화 논란이라는 ‘마음의 짐’을 졌던 JK김동욱은 김건모, 임재범에 이어 스스로 프로그램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 ‘논란의 확인’ 옥주현ㆍJK김동욱…재녹화의 실체=재녹화 논란이 실체를 드러냈다. 뚜껑을 열고 보니 그간의 무성했던 소음이 무색할 만한 상황이었다.

먼저 옥주현이다. 옥주현은 이날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를 불렀다. 옥주현의 말처럼 ‘비가 오는 날 어느 바에서 듣는’ 축축한 탱고의 분위기였다. 정열적인 붉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옥주현에게는 본격적인 두 번째 경연의 무대였다.

노래는 시작됐다. 현으로 포문을 열고 옥주현은 입을 뗐다. 몰입도가 높았다. 옥주현 스스로만 무엇의 실수인지, 자신의 잘못인지 어리둥절한 채 노래를 이어갔다. 드물게 들리는 피아노와 현, 목소리만으로 열었던 무대에서 기타 소리가 나오지 않자 편곡자는 당황했고, 박정현은 순간 ‘오, 노’라고 말했다. 결국 음향팀에서 무대를 중단했고 옥주현은 눈시울을 붉힌 채 그제서야 “기타가 안 나왔어요? 어쩐지 뭐가 안 나오나 했다. 마이크가 잘못된 줄 알았다”며 무대를 중단했다. 사고였다. 기타의 연결 케이블이 빠져있었다. 청중평가단은 ‘괜찮아’를 연호했고 옥주현은 노래를 다시 시작했다.

다시 이어간 무대에서 옥주현은 또다시 사랑을 떠나보내는 한 여자가 되어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뮤지컬스타의 내공은 이날 무대에서 빛이 났다. 격렬한 탱고의 감정을 몸짓으로 소화하면서도 옥주현의 호흡과 음정은 안정적이었다. 거기에 노래 후반부 영리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전조에 김범수 박정현은 등은 입을 벌린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옥주현은 5위에 올랐다.

논란이 됐던 JK김동욱이다. 한영애의 조율을 부르기 위해 그는 맨발로 다시 무대에 섰다. 무대에 앞서 인터뷰를 통해 JK김동욱은 “요즘 음악 할 맛 난다”면서 “이게 아니면 나는 뭐했을까”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무대에 오른 JK김동욱은 그 독특한 음성으로 이 흡인력있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멈춘 것은 중반이 되어서였다. 스스로 노래를 멈추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 JK김동욱, 청중평가단은 그를 향해 응원의 박수를 보냈고 다시 처음부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 부른 ‘조율’은 무사히 끝마쳤다. 하지만 무대를 내려온 JK김동욱은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청중평가단의 투표에 앞서 신정수 PD는 “옥주현의 경우 음향팀에서 사운드가 나오지 않아 중지했고, JK김동옥은 스스로 중지했다. 그 같은 사안을 고려해 평가해달라”는 말을 전했지만 그들의 선택은 JK김동욱이 2위였다.

그럼에도 JK김동욱은 스스로 고심한 끝에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는 “자진사퇴하겠다. 진심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노래를 중단했었다”면서 “떠나겠다. 짧은 시간 받아주고 진심을 알아준 시청자분들께 감사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채 스스로 물러났다.

▶ ‘떠나는 여왕’ 이소라…'그녀는 가수다'= 이소라가 떠났다. ‘나는 가수다’의 MC이자 7인의 가수들을 북돋는 또 한 축이었던 이소라는 ‘나는 가수다’ 출범 이후 경연으로 떠나가는 세 번째 탈락자였다. 
이날 이소라는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렀다. 어쿠스틱하고 담담한 무대, 모든 힘을 빼고 누구에게나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들려주려는 이소라의 무대였다. 한없이 깊은 우물같았던 이소라의 목소리는 이날 맑고 청아하게 울려퍼졌다. 힘을 주지 않은 노랫말 한 줄 한 줄은 도리어 힘을 실어 되돌아왔다. 

자문위원인 장기호 교수('빛과 소금' 멤버)는 이소라의 무대에 “높은 음을 내지 않아도,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다. 이것도 노래다라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전했다.

이날 이소라의 무대는 분명 갈수록 고음을 내기를 요하며 그것에서 결정적인 점수가 반영된다고 비판받아온 최근의 프로그램의 추세와는 대척점에 있었다.

방송 이후 윤일상(작곡가, ‘나가수’ 자문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소라씨의 마지막 무대는 음악을 바라보는 진솔함과 아름다움이 풍부하게 느껴져서 너무 멋지고 고마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라고 전했고, 김형석(작곡가, ‘나가수’ 자문위원)은 “이소라의 ‘행복을 주는 사람’은 ‘나가수’가 ‘나는 성대다’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에 경정을 울렸다. 영광스러운 퇴장. 이소라는 가수다”라고 평가했다.

‘한 편의 시를 읊는 듯한 무대(@jsshasha)’였으며, 청중평가단을 사로잡기 위해 열정을 토해내야 하는 무대에서 이소라는 한 장의 서정을 선물하고 떠났다. 원년멤버의 퇴장에 후배가수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범수는 “늘 기둥처럼 생각하고 있는 소라누나는 이 방송이 있기까지 엄청난 공을 세웠다. 누나의 노력 덕에 저같은 가수가 재조명을 받을 수 있었다. 누나라는 뮤지션을 알게 되고 사람을 알게 돼 행복했다”고 전했고, 박정현은 “음악은 한 가지고, 순위를 가지고 하는 경연들이 음악의 수준과 관련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니는 언제나 내 마음 속의 최고다”라며 안녕의 인사를 말했다.

이소라는 프로그램을 떠나며 담담히 ‘’나는 가수다’를 통해 지금은 모르겠지만 몇 년 후에는 더 멋있어져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이소라는 너무나 멋진 사람'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순위를 위한 무대에서 순위가 아닌 노래를 위한 노래를 부른 당신, 이소라가 아니면 누가 이런 무대를 만들겠냐. 당신은 이미 너무나 멋진 사람입니다”, “임재범의 출연이 ‘왕의 귀환’이었다면 이소라의 탈락은 ‘여왕의 휴식’인 것 같다(@terryatlife)”, “이소라, 볼수록 그녀는 참 담대한 사람이다. 사과를 할 때도 긴 변명대신 ‘더 잘하겠습니다’ 한 마디를 진지하게 전했고 그 후로 스스로와 대중에게 매주 보여주었다. 스스로 힘을 주고 힘을 뺄줄 아는 당신 정말 멋지다(@darakband)”라는 말들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이날 ’나는 가수다’는 여러 장르가 혼재되고 다양한 변신이 돋보인 무대였다. 감성적인 이소라와 정열적인 옥주현, 웅장한 깊은 울림을 줬던 JK김동욱과 더불어 비비드한 조명 아래 쏟아진 광란의 디스코장을 연출한 ’fever time’ 김범수의 ’님과 함께(1위)’, 서정적인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가스펠에서 진화한 록스타일로 소화한 격정의 박정현(3위), 피가 끓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부활한 소울의 국모 BMK(4위), 온전히 록커가 됐던 윤도현(7위)까지 한 번 더 ’진화’한 ’나는 가수다’였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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