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의 특기는 기선 제압이다. 강호동이 게스트를 번쩍 안아올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고함을 지르면서 윽박(?)지르기도 하는 것은 게스트의 긴장을 풀어줘 이야기를 풀어놓기 쉽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게스트가 그동안 한 번도 밝히지 않았던 마음 속 희노애락의 이야기를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형식적 체제는 유지하지만 그 내용은 독하지 않다.
‘무릎팍도사’에 나온 게스트들이 강호동 앞에서 속에 있는 이야기까지 술술 풀어내는 건 강호동의 친화력과 매력이 작용한 덕분이지만 ‘무릎팍도사’ 특유의 콩트 토크쇼 체제 덕분이기도 하다. ‘건방진 도사’의 유세윤 등 독한 스타일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컨셉이기 때문에 용납이 된다. 그래야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로 스타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강호동이 변했다. 열심히 하는 건 과거나 요즘이나 마찬가지지만 공격적이었던 방식을 바꾸었다. 이건 초심을 잃은 게 아니다.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이면서 디테일한 면에서 배울 건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무릎팍도사’의 강호동은 ‘난 잘 모른다’과(科)였다. 무식한 점을 내세웠다. 그래서 누구한테도 뭘 배우려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계속 그런 스탠스로 갈 수는 없다. 요즘은 주로 받아들이고 이해해나가는 자세다.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증거다. 강호동은 방송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무릎팍도사’에서는 만 5년간 연예 스타만 만난 게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릎팍도사’가 약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강호동이나 제작진의 매너리즘이 전혀 없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무릎팍도사’를 5년이나 끌고온 건 대단한 내공으로 칭찬해줄만하다. 여기에는 강호동과 박정규 PD 등 제작진의 인간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무릎팍도사’에 초청되는 사람들은 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서 슬럼프와 실패를 경험한 사람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게스트가 어떻게 성공했을까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그런데 게스트의 천재성과 노력 등을 늘어놓는다면, 사람마다 비슷한 대화가 반복될 수 있다. 대화만으로 끝나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려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만의이야기 속에서 묻어날 수 있다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무릎팍도사’의 박정규 PD는 “사람마다 장르가 있다. 코믹이건 멜로건. 유호정처럼 가정주부 스타일로 풀어낼 수도 있는 거다”면서 “사람들의 히스토리를 풀면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사람마다 맥락의 특징은 다르다. 이 곳을 살려내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게 강호동의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집단 게스트 체제는 이야기라도 다양하지만 한 사람 게스트 체제를 끌고 가는 건 어렵다. ‘무릎팍도사’는 그나마 오래 끌고 온 것이다. 원맨 게스트 토크쇼가 5년을 넘긴 건 거의 없다.
강호동은 사람마다의 개성을 살려내기 위해 탄력적인 공격을 가한다. ‘무릎팍도사’가 약해져 보이는 이유다. 게스트의 이야기 전체의 독성을 강화하는 게 아니다. 강호동은 그 포커스를 잘 물어뜯는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