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나가수’, 경연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는?
“양심이 있다면 하차해라. 자질이 안 됐다.”

“주제 넘게 말이 너무 많다.”

“한 사람 때문에 프로그램 질이 떨어진다.”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 같다. 자기 노래만 잘 하면 뭐하냐.”

‘최고의 가수’들이 꾸미는 ‘최고의 무대’ 뒤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서로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선후배 가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한다는 ‘경연’의 스트레스보다 더 큰 것은 바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 ’악성댓글’이다.

2011년 상반기 방송가의 가장 ‘핫’한 프로그램으로 떠오른 ‘나는 가수다(MBC)’는 논란을 품고 성장했다. 프로그램 출범 당시 노래가 본업인 가수들을 ‘노래 실력’으로 평가한다는 아이러니는 곧 비판받기에 마땅한 가치로 떠올랐다. 논란의 여지를 안고 시작한 프로그램에 ‘바람 잘 날’은 없었다.

500인의 청중평가단으로 대표되는 일반인들과 스튜디오 녹화를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스포일러가 쏟아졌다. 녹화장 뒷얘기도 사실인 것처럼 무성해졌다. 인터넷을 떠도는 스포일러는 겹겹이 쌓여갔고, 그 와중에 말은 또다른 말을 낳아 난데없이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되는 이들도 있었다. 앞서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으로 불거진 일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최근의 ‘나는 가수다’는 프로그램에 대한 끝없는 논란과 무성한 말들만큼 출연 가수들을 향한 비난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풍랑이 너무 잦아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는 모양새다.

▶ ’경연’ 못지 않은 악성댓글의 스트레스…누구도 예외는 없다=먼저 옥주현이다. 데뷔 13년차, 원조 요정으로 군림했던 가요계 1세대 아이돌 그룹 핑클의 리드보컬인 옥주현의 ‘나는 가수다’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은 금세 달아올랐다. 옥주현의 13년 연예계 생활을 고스란히 반증하는 듯 보였다. 프로그램에 출연할 자격이 없다는 것으로 시작한 ‘자격논란’은 녹화 첫 날 선배 가수들과의 날선 신경전이라는 허황한 에피소드로 이어지며 무차별 표적이 됐다. 갖은 비난의 화살에도 옥주현은 출연 첫 회 이승환의 ‘천일동안’을 부르며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내 ‘편집 조작설’에 시달리며 또 한 번 뭇매를 맞았다.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이 불러왔던 것처럼 옥주현에게도 강력히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잠잠해질 기운은 보이지 않고 이제 불똥은 옥주현의 과거로 넘어갔다. 지난해 트위터를 통해 게재했던 할로윈 파티 의상이 비난받으며 ‘무개념 연예인’으로 낙인찍혔다. 옥주현을 향한 비난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집단 이지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소라의 경우도 못지 않다. ’무한한 예술적 감성을 품고있다’는 점에서 이소라는 가요계를 대표하는 ‘여신’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 넘치는 감성은 ‘나는 가수다’의 MC로 돌아오고, 녹화 2주차 김건모의 탈락이 결정되며 화를 불러왔다.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못한 이소라는 수없이 녹화를 중단했다’, ‘이소라는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가수가 탈락해 더이상 녹화를 할 수가 없었다고 제작진과 신경전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며 비난받기 시작했다.

한 달의 휴지기를 가진 ‘나는 가수다’가 다시 전파를 타고 이소라는 자신의 지난 일에 “어린아이처럼 굴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다시 시작한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는 ‘여신’의 면모를 발휘하며 익숙한 이소라(‘사랑이야’)와 이소라가 아닌 이소라(’넘버 원‘, ’주먹이 운다‘)를 보여주며 다시금 찬사와 박수를 받았다.

그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문제는 또 불거졌다. 일종의 스포일러로 시작된 비화는 일파만파 번졌고, 실명까지 거론되며 후배가수와의 신경전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어지는 타프로그램의 녹화 불참은 건강악화로 인한 것이었으나 인터넷에서는 그 뒤에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외의 출연 가수들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에게는 프로그램의 인기와 발 맞춰 실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한국 가요계의 솔의 국모로 군림하고 있는 BMK는 파워풀한 가창력과 묵직한 발성으로 자타공인이 인정하는 가수임에도 불구, ’자기 노래만 잘 부르는 가수‘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기존 가수들에게는 ’식상하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최근 또 한 번의 녹화를 마친 상황에서 옥주현과 JK김동욱의 재녹화 논란은 다시 한 번 ’김건모 재도전‘ 논란에 버금가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재녹화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12일을 통해 방송하기로 결정을 내린 상황, 그럼에도 어긋나버린 네티즌들의 마음을 아직은 돌리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JK김동욱의 하차 소식마저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또 다시 아연실색한 분위기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상한선을 달릴수록 출연 가수들의 스트레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차적으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자신의 실력을 낱낱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경연에 대한 부담이지만 그 뒤에는 무조건적인 비난을 받게 되는 ’악성댓글‘로 인한 스트레스도 못지 않다.

▶ ’논란의 중심’ 옥주현, “나를 죽이고 싶어 던지는 칼은 아닐 것”=옥주현의 경우 이 비난의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중심에 있다. 여기에 대한 옥주현의 고백은 10일 오전 자신의 팬까페를 통해 이뤄졌다.

“좋은 일들로 여러분께 웃음 드려야 하는데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어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말문을 연 옥주현은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몇 차례의 일들을 모든 분들께서 팬분들처럼 일일이 챙겨 듣고 알아주실 수 없고 또 용서를 구하며 담는 진심이란 것이 같은 깊이 같은 속도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속상함을 어리광 같을 뿐이니 접어두겠다. 이 모든게 제가 부족해서 만들어진 일들이고 경솔했던 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거듭 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할로윈 파티 사진에 대한 거듭된 사과였다. 덧붙여 ’나는 가수다‘ 합류 이후 끊이지 않고 있는 논란들에 대해서도 심경을 드러냈다.

“요즘 많은 관심이 집중돼 있는 프로그램에 합류한 후 우리 팬여러분들도 함께 마음 써주시느라 고생 많으시다. 알려진 사람이고 그래서 더 조심해야한다는 책임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근래의 여러 사건들속에서 혹시라도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분들의 메시지도 볼 수 있었다”는 옥주현은 “최근 루머와 악성글들로 마음이 안좋은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저를 죽이고 싶어서 살인자 같은 마음으로 던지는 칼 같은건 아닐거라 생각한다. 죽을만큼 힘들기를 바라며 쏟는 에너지는 아니실거다. 여러 표현의 채찍질로 바로 잡아주시는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상 모든 일은 되돌아오기 마련이니 제가 누군가에게 던진 상처를 되돌려 받는 것일거란 생각을 한다. 그러기에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한마디 한걸음 옮길 것을 다짐해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며 “고난과 시련이 할퀴고 간 자리에 상처만 남는건 아닐테니 더 큰 깨달음과 성숙이 남을 그 자리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마음 아파하며 주저 앉아 소홀해지기엔 해야할 일들이 분명하고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기에 뭐가됐건 고여있지 않도록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며 모든 일에 더욱 신중을 기울이겠다”고 전했지만, 악성댓글의 바람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