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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종에 찌든 청춘을 향한 일갈 “분노 없인 창조도 없다”
“레지스탕스의 기본 동기는 분노였다. 레지스탕스 운동의 백전노장이며 ‘자유 프랑스’의 투쟁동력이었던 우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호소한다. 레지스탕스의 유산과 그 이상들을 부디 되살려달라고, 전파하라고. 그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 총대를 넘겨받으라. 분노하라!”



2009년 93세 레지스탕스 노투사 스테판 에셀이 레지스탕스의 성지 글리에르 고원에서 “젊은이들에게는 분노할 의무가 있다”며 쩌렁쩌랑한 목소리로 외치자 프랑스 사회가 숙연했다. 프랑스 민주주의 토대가 된 레지스탕스 정신을 깨우라는 34쪽짜리 소책자가 2010년 10월 출판되자 프랑스는 감전되듯 반응한다. 200만부가 금세 팔려나갔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를 100년 전 ‘드레퓌스 사건’으로 프랑스의 인권문제를 제기한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에 비유했다.

젊은이들을 향한 그의 목소리는 뜨겁다. 민주주의의 토대인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에 대해 역설하며, 차별과 빈부 양극화, 금권에 저항할 것을 주문한다.

에셀이 제시하는 분노의 이유, 목록들은 길다. 대량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의한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등….

선동적이기까지 한 그의 짧은 글이 갖는 힘은 어떤 이해관계를 떠나 누구나 공감할 만한 기본적인 것, 인권을 내세운 데 있다. 여기에 세계화 속에 휘말리며 자신의 의지나 노력과는 상관없이 떠밀려 가야 하는 개인의 무기력한 현실이 불을 댕겼다.

세상이 복잡해져 상호연결성 속에 살고 있지만 그런 세상에도 참아낼 수 없는 것들은 있다는 게 그의 호소다.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 분노할 수 있는 힘을 잃는 건 인간을 이루는 기본요소 하나를 잃는 것이라는 외침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한국어판은 저자와의 인터뷰를 달아 책을 한결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저자의 가족사는 흥미롭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영화 ‘쥘과 짐’의 모델인 어머니와 아버지, 아버지 친구의 삼각관계에 대한 에셀의 태도는 전위적이다. 그는 “도덕이란 타인들과 사회가 만들고 우리에게 강요하는 규범에 순응하는 것이며, 윤리란 결국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만들어나가야 할 것, 즉 발명이며 창조”라고 말한다.

노장 투사가 제안하는 저항의 방식은 비폭력 평화시위. 젊은이들이 실천할 수 있는 창조적인 저항의 방식도 제시한다.

마지막 말은 간명하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한세기 가까이 살아낸 생의 끝자락에 자유의 투사가 생에서 건져올린 정수, 끝내 가치 있는 것이란 점에서 호소력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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