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 이후로 점쳐졌던 청와대 수석인사가 한달 가량 앞당겨진 것과 관련해 정가에서는 저축은행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이 대통령은 지난 달 8일 유럽 3개각 순방을 앞두고 “청와대 개편은 새 지도부가 안착한 뒤에 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청와대 참모들도 ‘6월 초 비서관 인사, 7.4 전당대회 이후 수석 인사’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거론했었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저축은행 사태가 가진 자들의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 정관계를 아우르는 부도덕한 로비 의혹으로 비화하면서 청와대에도 불똥이 떨어졌고, 이후 인사 작업은 시기를 앞당기고 폭을 확대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9일 “과거 같으면 내각 총사퇴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민심 이반이 도를 넘고 있는 데 청와대가 비서관 몇 명을 교체하고 태연자약할 수 있겠느냐” 면서 “조기 청와대 개편을 통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주변에서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진석 정무수석 교체는 표면적으로는 총선 출마용 교체로 받아들여지지만, 정 수석이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로 3년간 재직한 사실을 두고 정치 공방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조기 인사교체를 통해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의 교체를 두고 정가에서는 검찰 쪽에 성역없는 수사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참모들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 지만씨의 이름이 삼화저축은행 로비 의혹 리스트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단호한 수사 의지 표명만이 야권의 정치 공세에 맞서는 정공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검찰이 지만씨를 본격 수사선상에 올릴 경우 차기 대권과 관련한 돌출 변수가 될 소지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당초 인사개편의 밑그림에서 빠져 있던 홍보수석의 전격 교체와 관련해서는 대국민 소통강화를 위한 쇄신용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 소통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면서 “특히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청와대 면모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홍보수석 교체 카드가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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