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관련,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중소서민금융 담당)가 27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부산저축은행에서 수억원을 받은 의혹으로 사퇴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에 이은 고위인사의 사실상 두 번째 퇴진이다.
저축은행 사태의 충격파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화저축은행 신삼길(53ㆍ구속기소) 명예회장에게서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 부원장보가 권혁세 금감원장에게 이날 사의를 표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부원장보 직급은 유지한 채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김 부원장이) 검찰 조사에 대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금감원 내부의 충격이 작지 않다”고 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검찰에서 “2005년 검사 무마 청탁과 함께 1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김 부원장보에게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 부원장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거론되는 인물과 식사한 적은 있다”면서도 “돈을 받지 않았고, 검찰에서 명백히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삼화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이석환)는 다음주 중 김 부원장보를 소환할 예정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각종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도 조만간 은 전 위원을 불러 이 그룹 대주주인 박연호(61ㆍ구속기소) 회장 등으로부터 감사원 감사 결과 유출 등의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2대주주로서 경기도 시흥의 영각사 납골당 사업 관련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가 불거진 박형선 동해건설 회장의 구속 여부도 이날 중 결정됨에 따라 신병을 확보해 정ㆍ관계 로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의 표명, 김장호 부원장은 누구?
삼화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27일 사의를 표명한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금감원 내에선 ‘TK(대구·경북)’ 좌장 격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금감원 내부뿐만 아니라 정치권 유력인사와도 학연 등으로 연결돼 있다. 때문에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그가 거취를 고민한 끝에 퇴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금융권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부원장보는 신삼길(53·구속기소)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경북 칠곡으로 동향이다. 그는 경북고와 영남대를 나와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가 금감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북고 동문으로는 친박(박근혜) 인사로 분류되는 Y·K 의원이 꼽힌다.
금감원에서 그는 총무국장, 금감원장 비서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권혁세 금감원장과도 경북고 1년 선후배 사이다. 이런 경력 때문에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금감원에서 잘 나가는 김 부원장보가 뭐가 아쉬워서 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았겠느냐”며 “저축은행 업계와 친하지도 않았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김 부원장보는 이날 사표 제출 여부를 묻는 본지 기자에게 “인사 라인에 물어보라”며 사의 표명을 부인하지 않은 채 “(현재 거론되는 저축은행 인물과) 식사를 한 적은 있다. 하지만 돈을 받지도 않았고 비리와 연관된 일을 절대 한 적이 없다. 검찰에서 명명백백히 밝히겠다. 날 믿어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권혁세 금감원장은 “김 부원장 사표 제출 여부를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보는 이날 본지 통화 직후 권 원장에게 자신의 거취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부원장보는 최근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직후 본지와의 통화에서는 “2000년대 초 비은행검사국에서 일했지만 저축은행 관련 업무가 아닌 신용정보·대부업체 쪽 일을 했다”며 “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어떻게 나온 건지 기가 막힌다”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보가 신삼길 씨와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한 정황이 있는 만큼 금품수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만간 그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홍성원ㆍ김양규ㆍ윤정현 기자 기자 @sw927>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