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수 감사위원, 부산저축銀 수뢰혐의 사직…차기총선 꿈도 물거품
태양을 쫒아 비상하던 한 인물이 예고편도 없이 추락했다. 가난한 수재에서 대선 공신으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은진수(50) 감사원 감사위원.
법조인을 꿈꾸다 잠시 경영학도(공인회계사)로 방향을 틀기도 했지만 다시 법조인(판ㆍ검사)으로, 종내는 정치인을 자신의 종착역(한나라당 입당)으로 삼았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소속 ‘2년차 신출내기’ 검사였던 그는 슬롯머신 로비와 관련, 정ㆍ관계 유력자 14명을 줄줄이 구속시키는 강단을 발휘하며 일약 ‘모래시계’ 검사로 부상했다. 반부패의 훈장을 등에 업고 2002년 2월 한나라당 서울 강서을 지구당위원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7대 총선에선 낙선했으나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정치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 2007년 경선ㆍ대선 국면에서 ‘BBK 대책반장’을 맡아 상대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를 차단해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선거 공신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이듬해 감사원 감사위원에 임명됐다.
결과적으로 ‘몸에 맞지 않는’ 감사원행이 그의 몰락을 부추겼다. 청렴과 강직의 공간에서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 사이에서는“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작년 저축은행 감사 때부터 ‘은 위원이 저축은행 쪽과 뭔가 연결된 것 같다는 입소문이 나돌았다’는 얘기도 뒤늦게 들린다.
비단 은 위원의 꿈만 날아간 게 아니다.
은 위원의 ‘수상한’ 행적은 이미 지난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야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감사하는 주심위원 자리에 있던 그가 부실 감사를 했다며 사퇴를 촉구했지만 감사원은 보직 교체에 그쳤고, 청와대도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
부산저축은행 로비로 덩치를 키운 은진수 의혹으로 이제 그가 몸담은 감사원은 ‘생선을 맡은 고양이’ 신세, 그를 기꺼이 천거했던 청와대는 공정사회 깃발을 내려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 대통령은 은 위원의 사표를 너무 늦게 받았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