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조기 개최와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한반도 정세는 관련국들의 물밑 외교전 속에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ㆍ중 정상회담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나 선제적 비핵화 조치 등에 대해 김 위원장이 전향적 언급을 내놓지 않은 채 지난해 방중 때와 비슷한 수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분위기지만 한편으론 공개되지 않은 북ㆍ중 간 이면합의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외교당국자는 북ㆍ중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정치ㆍ경제ㆍ북핵ㆍ후계문제 등에서 김 위원장의 언급에 눈에 띄는 부분이 없다. 다만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압력을 적잖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는 중국사회가 발전하면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북한을 감싸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ㆍ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 갈 것이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27일 조선중앙방송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비동맹회의 외무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25일 연설을 인용, “조ㆍ미, 북ㆍ남사이에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조성하고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로 나가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고 대화의 기본 취지”라고 전했다.
향후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외교ㆍ북한 전문가들의 관측은 엇갈린다.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남북관계 진전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조기 개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풀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에서 발표된 얘기를 보면 김정일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북한 역시 현재 6자회담이 필요하고 조기에 열자는 의지까지 밝혔기 때문에 (6자회담의) 전제도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고 남측에도 덜 공세적인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의 6자회담 조기 개최 언급에도 불구, 향후 북한이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현재의 답보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안현태ㆍ김윤희 기자/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