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및 비리 관련 국회 국정조사와 관련, 여당과 야당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부산저축은행의 비리에 이명박 정부의 인사들이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자 한나라당은 오히려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 현정부와 선긋기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과 관련있는 건설사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하자 발을 빼는 모습이다. 여야는 국정조사 실시가 향후 여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며 바쁘게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검찰 수사 이후 국정조사가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에서 검찰 수사 중이라도 국민적 요구가 있으면 6월 중 저축은행에 대한 국정조사가 이뤄져야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여당 소속 의원 35명은 26일 “저축은행과 관련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고 고위공직자 뿐 아니라 일부 정치인이 관련돼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 중이어서 국정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는 저축은행 사태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전혀 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여당 정무위 측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후 미흡한 점에 대해서만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당 회의석상에선 여전히 “필요시에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소속 의원들의 강한 입장에 검찰 수사 발표 전 국정조사 실시 계획을 세울 가능성도 높아졌다.
반면 민주당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청와대의 정책 실패’라고 규정하며 검찰 수사 도중이라도 청와대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국정조사를 조기에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 정무위 소속 소장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의견이 강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전 정권 관련 인사들에게도 초점이 맞춰지며 다소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야당의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해동건설 회장 등 전 정권 관련 인사가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다는 수사 내용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때문에 여당과 야당은 이번 저축은행 국정조사 실시에 따른 향후 여론 등을 고려하며 바쁘게 주판알을 튕기면서 손익 계산중이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부산저축은행 문제가 전 정권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가 더 부각될 것인지를 두고 셈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간 수사를 강도높게 진행하던 대검 중앙수사부가 최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중수부 폐지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보도 등으로 속도조절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중수부가 존재가치를 높이기 위해 청와대.감사원 등 성역없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중수부 폐지론이 물건너가면서 수사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야당 일각에선 향후 검찰이 청와대와 수사 진행에 대해 사전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야당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여야가 정무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상황이어서 국정조사가 제대로 추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금일 정무위에서 향후 국정조사 일정이라도 잡으면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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